[단독] 지워준 연체기록, 다시 쌓인 빚⋯신용사면 29만명 ‘장기연체’ [신용회복,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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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수혜자 10명 중 1명은 90일 이상 새로 연체
신용기록은 회복됐지만 차주 상환능력 회복은 아직

(그래픽=손미경 기자)

연체기록은 지워졌지만 빚의 굴레는 끝나지 않았다. 정부로부터 신용사면을 받은 차주 10명 중 1명이 다시 장기연체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개인사업자는 7명 중 1명꼴로 다시 빚을 갚지 못했다. 고금리와 경기 부진 속에 신용정보 회복이 실질적인 상환능력 회복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취약차주의 현실이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신용회복 지원조치 최종 수혜자 292만8000명 가운데 올해 9월 말까지 90일 이상 신규 장기연체가 발생한 차주는 29만3000명이었다. 전체 수혜자의 10.0%에 달한다.

신용회복 지원조치, 이른바 ‘신용사면’은 일정 금액 이하의 연체를 기한 안에 모두 갚은 개인과 개인사업자의 연체이력 공유·활용을 제한하는 제도다. 연체를 갚아도 최장 5년간 남는 기록 탓에 카드 발급이나 대출에서 받는 불이익을 즉시 풀어주는 것이 취지다.

정부와 금융권은 코로나19와 고금리·고물가로 어려움을 겪은 취약계층의 재기를 돕는다며 2021년과 2024년에 이어 2025년 세 번째 조치를 시행했다. 2025년에는 2020년 1월~2025년 8월 생긴 5000만원 이하 연체를 그해 말까지 갚은 차주가 대상이었다.

장기연체는 개인사업자에 집중됐다. 개인은 257만2000명 중 23만9000명(9.3%)이 90일 이상 연체에 빠졌다. 개인사업자는 35만6000명 중 5만4000명(15.2%)으로 개인보다 5.9%포인트(p) 높았다.

개인사업자는 지원을 받는 단계부터 상환에 어려움을 겪었다. 2025년 조치 대상 가운데 연말까지 연체를 다 갚아 실제 혜택을 받은 비율은 개인이 87%였지만 개인사업자는 47%에 그쳤다. 대상 개인사업자의 절반 이상이 문턱을 넘지 못했고, 문턱을 넘은 차주 중에서도 15%가 다시 장기연체에 빠진 셈이다.

정부는 그동안 신용점수 상승과 금융 접근성 개선을 정책 성과로 내세워 왔다. 금융위는 올해 1월 개인 신용평점이 평균 29점, 개인사업자는 45점 올랐고 개인 11만 명이 은행 신규 대출을 이용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같은 수혜자 가운데 29만 명이 다시 장기연체에 들어가면서, 신용정보의 회복이 상환능력의 회복으로 얼마나 이어졌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송언석 의원은 “신용사면 수혜자 10명 중 1명이 다시 장기연체에 빠졌다는 것은 연체기록을 지우는 것만으로는 실질적인 재기를 뒷받침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정부는 수혜자 숫자보다 실제 상환능력이 얼마나 회복됐는지로 정책의 성과를 입증해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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