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자소서부터 비자까지 미리 준비… 경희대, 유학생 ‘스펙’ 배지로 인증 [외국인 유학생 30만 시대]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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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올해로 3회째를 맞는 본지 ‘외국인 유학생 네트워크(ISN) 200’을 앞두고, 30만 명 시대 외국인 유학생 정책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한국에서 공부한 유학생들이 학업을 마친 뒤 국내 산업 현장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이유를 살피고 이들을 필요한 인재로 키워 정착시키기 위한 취업·정주 사다리를 모색해 봤다.

외국인 유학생 취업역량 배지 도입
자기주도·문제해결 등 5대 역량 체계화
링크드인 연동·최대 100만원 장학금
프로그램 참여 196→571건 1년새 3배

▲경희대 KHU-PASS 관련 인터뷰에 참여한 권응옥 씨, 타리 리야 다모다르 씨, 김은정 경희대 국제처 글로벌교육지원팀 과장, 김호인 팀장(왼쪽부터). (손현경 기자)

대학들이 외국인 유학생의 취업 준비를 입학 초기부터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의 절반 가까이가 졸업 후 국내 체류를 종료하는 상황에서 대학 재학 중 필요한 역량과 경력을 쌓도록 해 국내 취업과 정주 가능성을 높이려는 전략이다.

18일 대학가에 따르면 교육부의 ‘2026 외국인 유학생 취·창업 지원 우수대학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경희대학교는 유학생의 학업과 진로, 글로벌 활동 등 비교과 경험을 역량별로 기록하고 디지털 배지로 인증하는 ‘KHU-PASS(쿠패스)’를 운영하고 있다. KHU-PASS는 ‘경희 학업·사회적 성공 경로(KHU Pathway for Academic & Social Success)’의 약자로, 외국인 유학생의 학업과 글로벌 경험, 진로 준비, 문화 교류 활동을 하나의 인증체계로 묶은 제도다.

김은정 경희대 국제처 글로벌교육지원팀 과장은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비교과 프로그램은 많았지만 개별적으로 운영되다 보니 참여를 독려하기 어려웠다”며 “국내 취업에 필요한 역량을 분류하고 프로그램과 연결해 인증받은 학생이 일정 수준의 역량을 갖췄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제도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외국인 유학생이 졸업을 앞두고서야 한국의 채용 절차와 취업비자를 알아보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저학년부터 필요한 역량과 경력을 준비하도록 유도했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경희대학교 외국인 재학생들이 국내 주요 기업에 재직 중인 외국인 졸업 선배들로부터 취업 경험과 직무별 전략을 듣고 있다. (경희대)

경희대는 외국인 유학생에게 필요한 역량을 △자기주도 △문제해결 △의사소통 △협업 △창의적 사고 등 5개로 구분했다. 글쓰기·OA 특강과 진로설계, 취업 컨설팅, 기업 탐방, 국제화 연수 등을 이수하면 참여 시간과 난이도에 따라 점수가 쌓인다. 인증은 누적 점수에 따라 기본·우수·최우수 등 3단계로 나뉘며 단계별로 인증서와 포트폴리오, 디지털 오픈배지가 발급되고 최대 100만원의 장학금이 지급된다. 배지에는 학생이 이수한 프로그램과 역량이 기록돼 이력서나 포트폴리오에 넣거나 구인·구직 플랫폼인 링크드인에 연동할 수 있다.

경희대에 따르면 KHU-PASS 프로그램 참여 실적은 시범 운영을 시작한 2025학년도 1학기 196건에서 같은 해 2학기 329건, 2026학년도 1학기 571건으로 늘었다. 1년 만에 약 2.9배로 증가한 수치다. 실제 참여 학생도 2025학년도 1학기 158명에서 2학기 168명, 2026학년도 1학기 270명으로 확대됐다. 최종 인증자는 2025학년도 2학기 7명에서 2026학년도 1학기 10명으로 늘었다.

베트남 출신 경희대 자율전공학부 글로벌비즈니스전공 4학년 권응옥 씨도 KHU-PASS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졸업 후 국내 기업의 해외영업이나 홍보 분야 취업을 희망하는 권 씨는 베트남과 몽골에서 열린 ‘글로벌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팀 챌린지’에 두 차례 참여했다.

권 씨는 “베트남 연수에서 다른 국적의 팀원들을 이끌고 현지 조사를 수행했다”며 “조사에 협조하지 않는 사람을 만나는 등 어려운 상황에서도 프로젝트를 주도하면서 학교 수업만으로는 얻기 어려운 문제해결 경험을 쌓았다”고 말했다.

한국의 채용 문화를 이해한 것도 성과로 꼽았다. 권 씨는 “외국에서는 이력서만 내는 경우가 많아 성장 과정 등을 적는 한국형 자기소개서가 낯설다”며 “자기소개서 특강과 취업박람회를 통해 경험을 지원 직무에 맞게 정리해야 한다는 방향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경희대학교 외국인 유학생들이 2박 3일간 진행된 취업역량강화캠프에서 이력서 작성과 모의면접 등 실전 취업 교육을 받고 있다. (경희대)

다만 취업지원 제도가 마련돼도 외국인 유학생이 실제 채용·비자 정보에 접근하기까지는 여전히 장벽이 있다.

인도 출신으로 경희대 그린바이오과학원 석·박사 통합과정에 재학 중인 타리 리야 다모다르 씨는 국내 생명과학 분야 취업을 희망하지만, 관련 정보가 주로 한국어로 제공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타리 씨는 “기업정보를 어디에서 찾고 어떤 과정을 거쳐 취업해야 하는지 아직 잘 모른다”며 “기업도 외국인을 채용할 때 비자를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한국유학종합시스템 ‘스터디인코리아’도 활용도가 높지 않았다. 권 씨는 “사이트는 알고 있었지만 채용공고가 올라오는지는 몰랐다”며 “외국인 채용정보를 한곳에 모으고 기존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호인 경희대 국제처 글로벌교육지원팀 팀장은 “대학은 학생이 재학 중 취업을 준비하도록 도울 수 있지만 졸업 후 국내 정착을 확대하려면 정부의 제도 개선도 병행돼야 한다”며 “E-7 취업비자의 소득요건을 비롯한 비자 전환 기준을 완화하고 외국인 유학생이 다양한 인턴십을 경험할 수 있도록 체류자격을 유연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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