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반도체 경기가 데이터센터를 필두로 한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열풍에 힘입어 과거 상승기를 크게 넘어서는 ‘역대급’ 강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적어도 내년까지는 이 같은 호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9일 한국은행은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임시국회 업무현황 보고서를 통해 "현 반도체 경기는 2023년 3월 확장국면에 진입한 이후 조사 시점 기준 40개월째 강세"라며 "이는 지난 2000년부터 2020년까지 발생한 다섯 차례의 반도체 확장기 평균 기간인 29개월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라고 평가했다. 과거 사이클을 뛰어넘는 구조적 호황기에 진입했다는 시각이다.

한은은 이번 반도체 붐의 가장 큰 특징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압도적인 경쟁력을 보유한 ‘주문형 고성능 반도체’가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아울러 AI 서버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공급이 부족해진 범용 반도체 가격도 가파른 수직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실제 범용 D램 제품인 ‘DDR5 16Gb’의 평균 계약 가격은 지난해 3분기 5.2달러에서 4분기 11.9달러로 오른 뒤, 올해 1분기 26.4달러, 2분기 34.6달러로 폭등했다. 같은 기간 ‘NAND 128Gb’ 가격 역시 3.3달러에서 올해 2분기 23.0달러로 7배 가까이 치솟으며 메모리 시장 전반에 훈풍이 불고 있다.
한은은 주요 기관 전망을 인용해 글로벌 반도체 경기가 최소한 내년까지는 호조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AI 확산에 따른 연산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데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시장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실물 투자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높은 공정 난이도로 인해 반도체 공급 확대가 제한적인 점도 가격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잠재적 하방 리스크도 상존한다고 지적했다. 한은 측은 "반도체 수요가 구조적으로 확대된 것은 분명하지만 향후 AI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불거질 경우 금융시장 조정과 함께 빅테크의 실물투자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며 "데이터센터 가동에 따른 에너지 병목 현상 역시 향후 반도체 경기의 지속가능성을 가를 주요 변수"라고 부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