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무너진 건설사는 장부를 다시 쓴다…빚 바꾸고 땅값 올려 만든 '자본' [멈춘 현장, 다음은 어디上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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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회생 종합건설사 7곳 감사보고서 주석 전수 대조
3115억 순손실, 1년 만에 1109억 순이익으로 ‘반전'
되살아난 자본, 영업 아닌 출자전환·재평가서 나와
장부 밖에 있던 명의차입 244억, 회생 시작되자 '빚'
장부상 자본 1369억 멀쩡한데 감사인은 ‘의견거절'

[편집자주] 건설사 도산이 확산하고 있다. 종합건설사 폐업은 21년 내 최다로 치솟았고, 회생을 신청하는 중견 건설사가 줄을 잇는다. 분양 시장이 식고 미분양이 쌓이자 공사비를 떠안은 시공사가 흔들리고, 그 충격은 하청과 자재업체, 수분양자에게로 번진다. 본지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법원 회생 기록, 국토교통부 건설 행정 데이터를 직접 분석해 도산 위험도를 짚고, 멈춰 선 공사 현장을 찾아 피해를 점검하고 대응책을 찾아본다. ‘멈춘 현장, 다음은 어디’는 그 기록이다.

▲여름철 한 건설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하고 있다. 기사와 무관. (연합뉴스)

회생 절차를 밟은 비상장 건설사 상당수는 영업 정상화가 아니라 출자전환과 토지 재평가 등 장부상 회계 처리에 따른 ‘착시’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회생 이전 핵심 위험은 재무제표 본표가 아닌 주석이나 장부 밖에 숨어 있는 사례도 확인됐다. 비상장 건설사의 공시가 연 1회 감사보고서에 의존하는 구조여서 투자자와 협력업체가 부실을 제때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본지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DART)에 공시된 신동아건설·대우조선해양건설·안강건설·삼정기업·벽산엔지니어링·대저건설·신일 등 비상장 종합건설사 7곳의 감사보고서를 전수 분석한 결과다. 이들 기업은 법원 기록으로 회생절차가 확인된 종합건설사 가운데 절차 전후의 감사보고서가 모두 공시돼 장부 변화를 추적할 수 있는 곳으로, 2024년 이후 회생절차를 신청하거나 종료한 업체들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신동아건설의 4200억원대 손익 반전이다. 회생 직전 결산 3115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던 신동아건설은 지난해 1109억원 순이익으로 돌아섰다. 그러나 이는 본업 회복의 결과가 아니었다. 713억원 규모 채무가 출자전환됐고 공사손실충당금 487억원이 환입되면서 영업이익이 개선됐다. 이후 보유 토지 재평가를 통해 세후 687억원이 자본에 추가 반영됐다. 장부상 자본은 살아났지만 영업 경쟁력이 회복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구조다.

대우조선해양건설도 2005억원 규모 채무를 출자전환해 자본잠식을 해소한 뒤 지난해 12월 회생절차를 마쳤다. 다만 지난해 순손실 1799억원 가운데 1755억원은 회생채권 조정 과정에서 발생한 회계상 비용이었고, 본업에서는 13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실제 영업 정상화 여부는 내년 감사보고서가 나와야 확인할 수 있다.

▲회생 건설사 재무제표

회생 이전에는 장부만으로 위험을 파악하기 어려운 사례도 있다. 안강건설은 회사 명의로 발생한 244억원 차입금을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았다. 회사는 명의만 빌려줬을 뿐 상환 의무가 없다고 판단해 회계에 반영하지 않았고 회계기준상 위반 사항도 아니었다. 그러나 지난해 회생절차가 시작되면서 금융기관들이 해당 채권을 신고했고 장부상 96억원이던 자본은 완전자본잠식(-233억원)으로 바뀌었다. 장부 밖에 있던 위험이 회생과 동시에 현실화된 것이다.

삼정기업은 재무제표보다 감사인의 판단이 먼저 경고를 보냈다. 자본총계는 1369억원으로 양호해 보였지만 감사인은 의견거절을 냈다. 특수관계자 채권이 자본의 1.6배인 2214억원, 지급보증이 4.5배인 6187억원에 달해 재무제표의 적정성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들 항목은 모두 본문 재무제표(본표)가 아닌 주석에 기재됐다. 삼정기업은 지난해 부산 반얀트리 리조트 화재 이후 회생을 신청했다.

특히 안강건설과 삼정기업은 재무지표 분석으로도 걸러지지 않았다. 본지가 도산 건설사들의 도산 1년 전 재무제표에 부채비율·이자보상배율 등 4개 지표를 적용한 결과 10곳 중 8곳꼴로 위험이 미리 잡혔지만, 두 곳의 위험까지는 읽어내지 못한 것이다. 결국 그 공백의 부담은 하도급·자재업체와 수분양자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비상장 건설사의 정보 공백을 줄일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비상장 건설사는 외부에 공개하는 재무정보가 사실상 연 1회 감사보고서뿐이다. 분기보고서나 수시공시 의무가 없고, 명의차입이나 지급보증, 특수관계자 거래 등 핵심 위험은 본표가 아닌 주석에 기재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채를 발행하지 않는 기업은 신용평가도 받지 않아 시장의 감시망에서도 벗어나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도 예측 모형을 돌리는 신용평가사도 잘 못 맞추는데 일반 개인이 비상장 기업의 위험을 사전에 파악할 방법은 현실적으로 없다”고 지적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투자자와 채권자가 파악할 수 있도록 건설회사의 채권·채무를 공시하는 체계를 제도화하면 선의의 피해자를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일정 규모 이상의 건설사부터 적용하면 된다”고 제안했다.

<싣는 순서>
① 무너질 건설사는 장부에 먼저 적힌다…종합건설 4곳 중 1곳 '위험 신호'
② 무너진 건설사는 장부를 다시 쓴다…빚 바꾸고 땅값 올려 만든 '자본'
③ [르포] 미분양의 두 얼굴…불 꺼진 입주단지, 무너진 원청
④ 국가 보증서 믿었다가 벼랑 끝…돌아오지 않는 보증금
⑤ 중소 하청 폐업 12년 만에 최대…사각지대에 놓인 기업들
⑥ 헛도는 PF·재고매입 대책…지방 건설 살릴 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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