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토리ㆍ밤으깡 난리더니⋯요즘 유행, '로블록스'에 다 있다 [솔드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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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화제 되는 패션·뷰티 트렌드를 소개합니다. 자신의 취향, 가치관과 유사하거나 인기 있는 인물 혹은 콘텐츠를 따라 제품을 사는 '디토(Ditto) 소비'가 자리 잡은 오늘, 잘파세대(Z세대와 알파세대의 합성어)의 눈길이 쏠린 곳은 어디일까요?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햄토리'와 '밤으깡'. 최근 SNS를 뜨겁게 달군 화제의 주인공들입니다. 짧은 영상 하나로 수백만 조회 수를 기록하고 각종 밈(meme)으로 확산하며 또래 이용자들의 공감과 웃음을 이끌어내고 있죠.

흥미로운 점은 이들의 무대가 유튜브나 틱톡 등 SNS가 아니라 로블록스(Roblox)라는 사실입니다. 한때는 어린이들이 즐기는 게임으로 여겨졌던 로블록스가 이제는 새로운 유행이 시작되고 취향이 공유되며 팬덤까지 만들어지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는데요.

이 같은 변화는 게임 안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브랜드와 기업은 로블록스를 오프라인 마케팅과 연결하고,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새로운 팬 경험을 만드는 플랫폼으로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게임과 숏폼, K팝, 패션이 하나의 생태계 안에서 맞물리면서 로블록스는 '게임 플랫폼'이라는 정의에서 빠르게 벗어나고 있죠.

▲(출처=로블록스 캡처)

젠지 놀이터 됐다…왁뿌볼→K팝 댄스까지

로블록스는 이용자가 직접 게임을 만들고 다른 이용자들이 이를 자유롭게 즐길 수 있게 한 이용자 제작 콘텐츠(UGC) 기반 플랫폼입니다. 장애물 코스부터 시뮬레이션, 역할극, 음악 콘텐츠까지 수백만 개의 경험을 한곳에서 즐길 수 있고, 아바타를 꾸미거나 음성 채팅을 통해 다른 이용자와 교류하는 기능도 갖췄죠. 단순히 게임 하나를 플레이하는 게 아니라 놀고, 만들고, 소통하는 공간으로 설계된 점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다만 로블록스는 '어린이 게임'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단순한 그래픽과 어린 이용자 중심 플랫폼이라는 인식이 영향을 미쳤는데요.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졌죠. 게임을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취향을 담은 아바타를 꾸미고,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며, 직접 만든 콘텐츠를 공유하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하나의 온라인 커뮤니티로 진화하는 데 따른 변화입니다.

특히 잘파세대는 로블록스를 단순한 게임보다 '취향을 표현하는 공간'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입니다. 좋아하는 캐릭터를 닮은 아바타를 만들고, K팝 안무를 따라 추거나 인기 밈을 재현하는 등 플랫폼 안에서 새로운 놀이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는데요. 리락쿠마나 치이카와 등 인기 캐릭터를 연상케 하거나 자신의 최애(가장 좋아하는 스타)와 닮은 모습으로 아바타를 꾸미고요. 최근 유행한 '왁뿌(왁스 부수기)' 점프 맵을 플레이하거나, 이용자들과 모여 대형을 맞춰 아일릿의 히트곡 '마그네틱(Magnetic)'을 일사불란하게 추는 식입니다.

이 장면은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숏츠, 틱톡, X(옛 트위터) 등 SNS로 확산해 수십만~수백만 조회 수를 기록합니다. 이용자들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동시에 직접 생산하고 다시 SNS로 확산시키는 구조가 형성되면서 유행이 시작되는 창구 역할까지 맡게 된 모습이죠.

성장세도 가파릅니다. 로블록스의 일일활성이용자(DAU)는 2024년 4분기 약 8530만 명에서 지난해 4분기 1억4400만 명으로 증가했습니다. 지난해 이용자들은 전 세계 180여 개 국가에서 하루 평균 2.7시간을 플랫폼에서 보내며 매달 평균 24개 이상의 콘텐츠를 통해 게임뿐 아니라 채팅과 아바타 꾸미기, 커뮤니티 활동 등을 즐기는 것으로도 나타났는데요. 하나의 게임을 오래 플레이하기보다 여러 콘텐츠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이용 방식이 새로운 유행과 커뮤니티가 빠르게 만들어지는 배경으로 꼽힙니다.

▲햄토리(왼쪽), 밤으깡. (출처=CJ대한통운 공식 유튜브 채널 캡처)

'햄토리'x'밤으깡'…인플루언서(?) 탄생도

"내 로블록스 베프(베스트 프렌드)는 10살."

최근 SNS 알고리즘을 점령한 영상에는 노란 머리의 아바타와 작은 햄스터 아바타가 등장합니다. 게임 크리에이터 '밤으깡'과 초등학생 이용자 '햄토리'인데요. 두 사람은 로블록스의 소셜 게임 '더 코너(The Corner)'에서 우연히 만나 친구가 됐고, 이들의 음성 채팅과 게임 장면을 짧게 편집한 영상이 인스타그램과 틱톡 등을 중심으로 수백만 조회 수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습니다.

밤으깡과 햄토리의 인기 비결은 화려한 게임 실력에 있지 않습니다. 어린아이 특유의 엉뚱함과 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밤으깡의 반응이 만들어내는 '관계성'이 핵심인데요. 햄토리는 게임을 하다 갑자기 노래를 부르고, 처음 보는 이용자에게도 스스럼없이 말을 걸거나 친구들을 우르르 데려와 소개합니다. 말이 꼬이거나 단어를 잘못 알아듣는 모습, 작은 아바타로 졸졸 따라다니는 행동까지 꾸밈없는 어린이의 모습이 미소를 자아냅니다.

밤으깡은 햄토리의 엉뚱한 행동을 재촉하거나 놀리기보다 차분히 받아주고 대화를 이어가는데요. 이 모습에 이용자들은 "사이버 이모와 조카 같다", "안정형 어른과 자유로운 어린이의 조합"이라며 둘의 관계에 애정을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나도 이런 사이버 조카가 있었으면 좋겠다", "햄토리 때문에 로블록스를 시작했다"는 반응도 잇따랐죠.

이들의 케미스트리는 플랫폼 밖으로도 빠르게 번졌습니다. 팬아트와 패러디 영상이 SNS를 채웠고요. 햄토리는 인기에 힘입어 별도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습니다. 31일 기준 7만8000여 명의 구독자를 모았습니다.

최근에는 CJ대한통운 공식 유튜브 채널의 '오네송 챌린지'에도 함께 등장했는데요. 로블록스에서 우연히 맺어진 관계가 숏폼 콘텐츠를 거쳐 팬덤과 광고까지 확장된 모습이죠. CJ대한통운 쇼츠 영상은 이날 기준 62만 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는데요. 댓글에는 "트렌드를 이렇게 빠르게 잡다니", "저점 매수 대단하다" 등 호평도 나왔습니다.

이 사례는 로블록스 콘텐츠가 만들어지는 방식도 보여줍니다. 제작자가 캐릭터를 기획하는 게 아니라 이용자들이 게임을 하며 쌓아가는 대화와 관계가 하나의 서사가 되고, SNS 이용자들이 밈과 팬아트를 더하면서 평범한 이용자가 새로운 인플루언서로 성장하는 구조죠.

(사진제공=무신사)

코르티스·무신사·펜티 뷰티…로블록스를 주목하는 이유

로블록스의 인기에 엔터테인먼트 업계도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코르티스(CORTIS)는 최근 '뮤직 페스티벌 타이쿤' 내 롤라팔루자 브랜드 도입 프로젝트의 첫 공식 컬래버레이션 아티스트로 낙점됐는데요. 해당 프로젝트는 글로벌 공연 기획사 라이브네이션과 게임테크 기업 라이브와이어가 공동 추진하는 것으로, 다음 달 1일(현지시간) 개막하는 '롤라팔루자 시카고' 무대를 메타버스로 확장하기 위해 기획됐습니다.

코르티스는 오프라인 축제에 앞서 가상 페스티벌의 시작을 알리며 현실의 공연 경험을 게임 속으로 옮기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이용자들은 멤버들의 특징을 반영한 아바타를 활용해 히트곡 '레드레드(REDRED)'와 '고!(GO!)'의 가상 공연을 즐길 수 있는데요. 공연장을 찾기 전부터 팬들이 아티스트를 만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팬 경험을 제시한 셈입니다.

로블록스가 잘파세대의 취향과 유행이 만들어지는 공간으로 자리 잡으면서 기업들 역시 게임 안팎을 넘나드는 체험형 마케팅에 주목하고 있는데요. 이용자들이 단순히 광고를 보는 것이 아니라 직접 게임을 즐기고 브랜드를 경험하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무신사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로블록스의 인기 게임을 한자리에서 체험할 수 있는 팝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무신사 메가스토어 성수에는 독서실과 지하철, 편의점, PC방 등을 구현한 체험 공간이 마련됐고, 이용자들은 '오버킬(Overkill)' 등 인기 게임을 직접 플레이할 수 있는데요. 무신사 스토어 성수와 무신사 스탠다드 성수, 무신사 킥스 성수 역시 각각 다른 게임 세계관을 테마로 꾸며졌습니다. 전용 굿즈 스토어에서는 볼캡과 리유저블백, 피규어 키링, 텀블러 등 협업 상품도 판매하며 게임 속 경험을 오프라인 소비로 연결하고 있죠.

글로벌 브랜드들도 일찌감치 로블록스를 활용해 왔습니다. 뷰티 브랜드 펜티 뷰티(Fenty Beauty)는 2023년 이용자들이 직접 립글로스를 제작하고 서로의 작품에 투표할 수 있는 참여형 콘텐츠를 선보인 바 있는데요. 최종 우승작은 리한나가 직접 선정, 실제 '글로스 밤(Gloss Bomb)' 신제품 개발에 반영하며 이용자 참여를 현실의 제품 기획으로까지 확장했죠.

이 같은 전략이 가능한 배경에는 로블록스의 높은 이용자 참여도가 있습니다. 지난해 로블록스에서는 하루 평균 2억7400만 건의 아바타 변경이 이뤄졌습니다. 또 로블록스 측 조사에 참여한 Z세대 응답자 70%는 디지털 브랜드 패션을 착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응답자의 88%는 현실에서 옷을 구매하기 전에 디지털 패션을 먼저 착용해 본 경험이 있다고도 밝혔는데요. 아바타 꾸미기와 디지털 아이템 소비가 자연스러운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브랜드 입장에서도 로블록스는 새로운 고객 접점을 만들 수 있는 플랫폼으로 떠오르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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