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조 쌓인 PEF 실탄, 쏠 곳이 없다 '과열 경쟁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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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PE·신생 하우스 동시 확장…우량 매물마다 입찰 경쟁 치열
밸류업 자신감보다 투자 압박이 먼저…PE업계 수익성 시험대

▲여의도 증권가

국내 사모펀드(PEF) 시장에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 여력이 쌓였다. 기관투자자들의 출자 확대와 정책자금 유입으로 펀드 결성 규모가 커진 것이다. 반면, 정작 투자할 만한 인수합병(M&A) 매물은 부족해지면서 시장 과열 우려도 커진 모습이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예비입찰을 진행한 대기업 그룹의 카브아웃딜(사업부 매각 거래)에 대형 PE 여러 곳이 참여했다. IB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딜에 대해 주관사 측에서 연락이 왔는데, 투자설명서(IM)가 없다는 이야기에 검토도 안했다"며 "매각하는 사업부 규모도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통상 매각 측은 예비입찰 이전에 원매자들에게 티저레터(투자안내서), IM을 배포하고, 이를 검토한 투자자들이 투자의향서(LOI)를 제출한다. 그러나, 이번 거래는 세부 정보가 충분히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다수의 원매자가 입찰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PE들의 드라이파우더(미집행 약정액)는 증가세를 보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기관 전용 사모펀드의 미집행 약정액은 43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말 36조1000억원 대비 7조1000억원(19.7%) 증가한 규모다. 같은 기간 전체 출자약정액은 153조6000억원에서 167조5000억원으로 13조9000억원(9.0%) 늘었다. 신규 출자약정액도 27조8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면, 전통적인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중심 투자 환경은 녹록지 않다. 지난해 경영참여형 투자 집행액은 23조7000억원으로 전년 24조1000억원 대비 4000억원 감소했다. 금감원 역시 M&A 시장 성장 둔화 영향으로 경영참여형 투자가 줄어든 반면 기업대출과 메자닌 투자 등 비경영참여형 투자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본다. 최근 국민성장펀드 출범으로 정책자금이 시장에 대거 공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신규 자금 유입으로 운용사들의 펀드레이징 환경은 개선될 수 있지만, 시장에 나오는 우량 매물 수는 그만큼 늘어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신설된 기관전용 사모펀드는 211개로 전년 대비 22% 증가했다. PEF를 운용하는 업무집행사원(GP)도 지난해 말 기준 455곳으로 전년보다 18곳 증가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대형 하우스 출신 인력들이 독립해 신생 PE를 설립하는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다"며 "시장 참여자가 많아진 만큼 예전보다 딜 경쟁이 훨씬 치열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대형 매물이 나오면 국내 대형 PE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경우가 많다"며 "PE간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과열 경쟁이 인수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PE들은 통상 기업을 인수한 뒤 사업 경쟁력 강화와 경영 효율화 등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여 매각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 그러나, 경쟁 입찰 과정에서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질 경우 향후 투자금 회수 단계에서 기대 수익률을 확보하기 어렵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드라이파우더 소진 압박에 일부 운용사들은 공격적으로 가격을 제시할 수밖에 없다"며 "다만, 인수 이후 밸류업 전략이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면 펀드 내 장기 보유 자산으로 남게 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돈은 넘치고 매물은 부족한' 구조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 대형 운용사 중심으로 펀드 규모가 커지고 신규 GP 유입도 지속되는 만큼 우량 매물을 둘러싼 경쟁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좋은 자산이 시장에 나오기만 하면 원매자들이 몰려드는 상황"이라며 "인수 가격이 높아질수록 향후 성과 차별화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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