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면 규정 있어도 결국 법정으로…반복되는 방산 지체상금 소송 왜 [소송늪 빠진 K방산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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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면은 재량사항…공무원들, 감사 부담에 보수적 판단
“업체가 수용할 수준 감면 안 돼”…대금 상계 관행도

▲서울중앙지법, 서울고법 (이투데이DB)

방산업체가 방위사업청으로부터 지체상금을 부과받은 뒤 소송을 통해 이를 돌려받는 일이 반복되는 배경에는 공무원들의 소극적인 감면 결정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령상 감면 근거와 분쟁 조정 절차가 마련돼 있음에도 정부 귀책 사유가 있는 경우까지 일단 지체상금을 부과한 뒤 법원 판단에 맡기는 관행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방위사업법 제46조의4 제2항은 국방부 장관 또는 방위사업청장이 계약 상대방의 책임 없는 사유로 계약 이행이 지연된 경우 지체상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감면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관련 시행령은 천재지변·감염병 등 불가항력적 사유뿐 아니라 정부의 정책 변경, 전산 장애, 행정 처리 지연 등 정부 책임 사유도 감면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주요 원자재나 부품 수출국의 전쟁, 수출 금지 조치로 인한 수입 지연도 감면 사유에 포함된다.

문제는 감면이 의무가 아닌 재량 사항이라는 점이다. 업계와 법조계에서는 정부 귀책 사유가 인정될 여지가 있는 경우에도 우선 지체상금을 부과한 뒤 업체가 이의를 제기하면 소송으로 다투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설명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체상금 감면을 요청할 수 있는 법·제도는 마련돼 있지만 정부 귀책 사유로 납품이 지연된 경우에도 지체상금이 부과되고 업체가 소송을 통해 이를 돌려받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귓띔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소송에 들어가면 지체상금 부과가 부당하다는 점을 업체가 입증해야 하는 구조”라며 “예외 없이 대법원까지 가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조원준 법무법인(유) 율촌 변호사는 “공공기관이 사업 지연의 원인이 자신들의 책임에 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하기는 쉽지 않다”며 “결국 책임이 업체 측에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아 합의로 해결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찬호 법무법인 위온 변호사도 “방위사업법은 감면 사유를 규정하고 있지만 지체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판단하는 문제인 만큼 방사청이 보수적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며 “업체가 스스로 책임이 없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 점도 감면이 제한적으로 이뤄지는 이유”라고 했다.

▲방위사업청 현판. (연합뉴스)

방사청은 분쟁을 줄이기 위해 방위사업계약심의위원회를 통한 내부 심의·조정 절차를 운영하고 있다. 과거에는 ‘옴부즈만 지체상금 심의위원회’를 별도로 운영했지만 2024년 방위사업법 개정으로 관련 기능을 방위사업계약심의위원회로 통합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조정 절차가 마련돼 있음에도 상당수 분쟁이 결국 소송으로 이어지는 원인으로 공무원들의 소극적인 감면 결정과 업체가 수용하기 어려운 감면 수준을 꼽는다.

김현동 법무법인(유) 바른 변호사는 “지체상금 감면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담당 공무원들은 업체 간 형평성 논란이나 감사 등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며 “조정 절차가 있어도 분쟁이 행정 단계에서 종결되지 못하고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방산업체가 만족할 수준의 감면이 이뤄지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실무상 지체상금을 대금과 상계하는 경우가 많아 업체 입장에서는 공제된 대금을 먼저 지급받게 되고 결국 소송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감사 부담보다 기존 관행을 유지하려는 조직 문화가 더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심의위원회를 거쳐 지체상금 감면이 타당하다는 결론이 나왔다면 그에 따라 결정하면 되는 것”이라며 “감사에 대한 두려움보다 기존 관행을 바꾸지 않으려는 조직 문화의 영향이 더 크다”고 꼬집었다.

이어 “지체상금을 감면할 법적 근거와 제도는 이미 마련돼 있다”며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것은 결국 이를 집행하는 기관과 공무원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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