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김부겸 참 일꾼" vs "보수 안방은 지켜야"… 뙤약볕 아래 숨죽인 대구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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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21일 0시를 기해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전국 곳곳은 후보들의 유세전과 공약 대결, 여야의 총력전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번 선거는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은 물론 부산·대구·충청까지 전국 민심의 향배를 가를 중대 분수령으로 평가된다. 특히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치러지는 전국 단위 선거라는 점에서 단순한 지방 권력 재편을 넘어 국정 운영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도 짙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투데이는 선거운동 기간 주요 격전지 현장을 찾아 후보들의 유세 전략과 시민 반응, 지역별 핵심 이슈를 집중 점검한다.

사전투표 첫날 칠성·수성·태평시장 동행 취재… 30도 육박하는 날씨
오가는 손님 끊겨 얼어붙은 바닥 경기… "상인들 다 죽을 맛" 시름
여론조사 접전 속 보수 유권자들 고뇌… "당은 국힘, 사람은 김부겸"

▲대구 북구 칠성시장 앞 전경. (강문정 기자 kangmj@)

"인간적으로 김부겸이가 참 괜찮은 일꾼인 건 대구 사람 다 알지예. 그래도 우예 합니까, 보수 자존심이 있지 안방을 통째로 야당에 내줄 수는 없는 노릇 아인교."

6·3 대구시장 보궐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된 29일 오후 대구 중구 칠성시장 골목. 뜨거운 태양 아래 선선한 바람이 불어왔지만, 시장 안은 오가는 손님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적막감만 가득했다. 선거가 불과 닷새 앞으로 다가왔지만, 상인들의 표정은 섭씨 30도에 육박하는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의 뙤약볕보다 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전통적인 보수 텃밭으로 분류되던 대구의 바닥 민심은 이번 보궐선거를 앞두고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여론조사상 오차범위 내 초접전 양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대구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일꾼론'과 보수의 최후 보루를 지켜야 한다는 '사수론' 사이에서 치열하게 충돌하고 있었다.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 일대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 현수막. (유진의 기자 jinny0536@)

"김부겸, 힘 있는 집권 여당의 일꾼론… 수십 년 제자리걸음 대구 바꿔야"

오전 일찍 찾은 북구 칠성종합시장은 한산한 분위기 속에서도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후보가 내건 '여당 일꾼론'을 향한 기대감이 바닥 민심 아래에서 조금씩 꿈틀대고 있었다. 통상 선거철이면 보수 정당 간판만 보고 표를 던지던 대구였지만, 이번만큼은 지역 경제 회생을 위해 집권 여당의 힘을 빌려 실리를 챙겨야 한다는 목소리다.

칠성시장에서 20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한 상인은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구는 공천만 받으면 장땡이라는 안이한 생각에 빠진 게 사실"이라며 "대구 경제가 수십 년째 제자리걸음인데 언제까지 정당만 보고 찍어야 하느냐. 당은 보수 국힘 정서가 강해도 사람은 김부겸이라는 얘기가 상인들 사이에서도 심심찮게 나온다"고 꼬집었다.

생닭 판매점을 운영하는 조모(65) 씨 역시 "이번에는 주변에서도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이 많다"며 "인물로 보면 김부겸 후보를 괜찮게 보는 사람이 꽤 많다. 김 후보는 예전에 대구에서 국회의원 할 때도 현실감 있게 일을 잘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힘 있는 여당 시장이 되어 대구 경기를 확실히 밀어붙여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구 토박이이자 택시 운전을 하는 한모(73) 씨 또한 "주변 친구들이나 승객들 얘기를 들어보면 인간적으로는 김부겸 후보 칭찬을 많이 한다"며 "그러니까 여론조사에서도 겨우 미세한 차이로 바짝 붙어서 접전이라는 결과가 나오는 것 아니겠느냐"며 현장에서 체감되는 '김부겸 인물론'의 무게감을 전했다.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 일대 국민의힘 추경호 대구시장 후보 현수막. (유진의 기자 jinny0536@)

"추경호, 여당 독재 견제하려면 뭉쳐야… 보수 안방 지켜내야"

그러나 여당 일꾼론의 거센 추격 속에서도 보수 정당인 국민의힘 추경호 후보를 향한 전통적 '보수 안방 사수론'은 철옹성처럼 견고했다. 김부겸 후보의 개인적 역량과는 별개로, 거대 여당인 민주당의 폭주를 견제하고 대구의 정통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원내 소수 야당인 국민의힘 추 후보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야 한다는 현실론이다.

정육점을 10년째 운영 중인 한모(73) 씨는 현장의 접전 분위기를 전하면서도 결국 자신의 최종 선택은 야당인 추 후보를 향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한 씨는 "아무리 사람이 좋아도 우리 가정을 지키기 위해 위험한 일을 피하는 것처럼, 대구라는 보수의 앞마당을 통째로 여당(민주당)에 내놓을 수는 없는 일"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이 권력을 잡은 뒤 대통령답지 못하게 마음대로 입을 대고 검찰을 보복하듯 하는 모습이 너무 못마땅하다. 107~108석밖에 안 되는 야당(국민의힘)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흩어지지 말고 똘똘 뭉쳐서 여당 독재를 견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태평시장에서 만난 과일가게 상인 이모(65) 씨 역시 매출이 70% 가까이 뚝 떨어져 이웃 가게들이 문을 닫는 비참한 현실 속에서도 여당의 독주를 경계하며 야당인 추 후보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 씨는 "선거철이라고 여당이 돈 몇 푼 퍼주는 생활비 받아먹고 거기에 속아서 넘어가면 안 된다"라며 "좌파 정권이 정권을 잡고 나라 틀을 마음대로 흔들고 있는데, 돈 퍼주기에 속아 표를 주면 결국 나라가 공산주의처럼 망하는 길로 가는 것 아니냐. 그 빚은 다 우리 자식 세대가 갚아야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태평시장의 또 다른 상인(50)도 선거철 일회성 유세에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보수 정당 사수론에 힘을 보탰다. 그는 "선거철이라 후보들이 와서 굽신거리며 인사는 하지만, 인사한다고 과일 한 개 더 팔리는 것도 아니다"라면서도 "그래도 이재명 정권의 일방적인 정국 운영을 견제하고 균형을 맞추려면, 대구만큼은 흔들리지 말고 야당인 국민의힘 추경호 후보를 밀어주는 게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대구 수성구 태백시장 앞 전경. (유진의 기자 jinny0536@)

"대구도 바뀌어야" 실리론 vs "좌파 폭주 막아야" 결집론 팽팽

이날 대구 전통시장 전역에서 느껴진 표심은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상인들은 당의 이념보다 '당장의 생계'를 걱정하면서도, 투표 대상을 두고는 깊은 고뇌에 빠진 모습이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후보는 '과거 수성갑의 기적'과 총리 시절의 관록을 앞세워 칠성시장과 침산동 일대에서 "대구의 고립을 막을 힘 있는 일꾼을 뽑아달라"며 거센 인물론 바람을 일으키고 있었다. 반면 배우자 김희경 여사와 사전투표를 마친 국민의힘 추경호 후보는 계명대와 전통시장 서민 행보를 전개하며 "정권 독주를 견제하고 대구 수성을 위해 기호 2번으로 똘똘 뭉쳐야 한다"고 정통 보수층의 위기감을 자극했다.

선선한 바람을 집어삼킨 대구의 뜨거운 뙤약볕 아래, 구름이 완전히 걷힌 하늘처럼 시민들의 선택도 서서히 갈림길을 향하고 있었다. "이번만큼은 힘 있는 여당 사람을 보고 대구를 바꿔야 한다"는 실리론과 "아무리 힘들어도 앞마당은 내줄 수 없다"는 보수 야당 사수론이 격돌하는 가운데, 대구의 유권자들은 닷새 뒤 열릴 본 투표의 주사위를 쥐고 마지막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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