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AI 미래론’·한동훈 ‘체급론’·박민식 ‘보수 정통론’ 충돌
박근혜 이어 이명박까지 부산행…막판 PK 보수 결집 변수 부상

6·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종반으로 접어든 가운데 구포시장 민심은 세 갈래로 팽팽하게 나뉘어 있었다. 하정우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세대교체론’, 박민식 국민의힘 후보의 ‘정통보수 사수론’, 한동훈 무소속 후보의 ‘대권주자 체급론’이 정면 충돌하는 모습이었다.
28일 찾은 부산 북구 구포시장. 오전에는 흐린 안개가 시장 골목을 덮었지만 오후 들어 강한 햇볕이 내리쬐자 시장 분위기도 함께 달아올랐다. 장날을 맞아 몰려든 시민들 사이로 후보 이름이 적힌 유세 차량과 로고송, 피켓을 든 선거운동원들이 쉴 새 없이 오갔다. 국수골목과 생선골목, 약재상 거리 곳곳에서는 후보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외지에서 찾아온 지지자와 구경 인파까지 몰리면서 시장 상인들은 “오랜만에 시장이 살아났다”고 입을 모았다.

추어탕집을 운영하는 김모(57) 씨는 “후보들 유세 때문에 외지 사람들도 많이 오고 시장 분위기가 예전보다 훨씬 살아났다”며 “구경 삼아 오는 사람도 많고 ‘구포시장이 그렇게 뜨겁다더라’ 하면서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상인들 사이에서는 이번 선거를 계기로 침체됐던 전통시장이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치킨집을 운영하는 안모(68) 씨는 “최근 손님이 30% 정도 늘었다”며 “전국에서 후보들 보러 온 사람들이 시장에도 많이 들른다. 상인 입장에서는 사람이 오는 것 자체가 반갑다”고 했다.
다만 시장 분위기와 실제 표심은 별개라는 말이 곳곳에서 나왔다.

하 후보를 향한 기대감은 상대적으로 젊은 층과 중도층에서 감지됐다. 청와대 첫 ‘AI(인공지능) 미래기획수석’ 출신이라는 상징성과 AI 기반 교육·돌봄·상권 전환 공약이 변화를 원하는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는 평가다.
약재골목에서 만난 최모(42) 씨는 “맨날 정치권이 싸움만 하는데 하 후보는 그래도 미래 산업 이야기를 한다”며 “AI랑 상권, 교육을 연결하는 걸 보면 전문가 느낌이 있다. 전재수 조직력까지 붙어 있으니 만만치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과거 북구 지역에서 은행 지점장으로 근무했다는 차모(56) 씨도 “북구는 전재수 영향력이 정말 강한 곳”이라며 “보수 표가 갈라진 상태에서 전 전 의원이 조직적으로 움직이면 민주당이 의외의 결과를 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고령층에서는 아직 유보적 시선도 적지 않았다. 시장에서 만난 70대 남성은 “전재수는 사람이 괜찮다고 보는데 하정우는 아직 너무 어려 보인다”며 “정치는 결국 경험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상인은 “AI 이야기는 좋은데 시장 상인들 입장에서는 아직 피부에 와 닿는 느낌은 아니다”며 “전재수 마케팅에 너무 기대는 것 같다는 말도 있다”고 했다.

구포시장에서 가장 강한 존재감을 보인 후보로는 한 후보가 거론됐다. 상인들은 “유세 현장 인파는 가장 많다”고 입을 모았다.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채모(67) 씨는 “세 후보가 비슷한 자리에서 시간대별로 유세를 하는데 한동훈 차례 때 사람이 가장 많이 몰린다”며 “길이 막혀 경찰이 통제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실제 시장광장과 국수골목 일대에서는 한 후보를 향한 ‘체급론’이 강하게 형성되는 분위기였다. 변모(73) 씨는 “한동훈은 전국구 정치인이고 대권까지 보는 사람 아니냐”며 “확실히 다른 후보들보다 무게감이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외부 인사’라는 거리감도 있었다. 차 씨는 “부산 사람들은 정을 주면 확실히 주지만 갑자기 온 사람한테는 쉽게 마음을 안 연다”며 “북구 연고가 약한데 갑자기 출마하니 의아하게 보는 시선도 있다”고 말했다.
보수층 일각에서는 무소속 출마에 대한 거부감도 있었다. 한 시장 상인은 “결국 보수 표를 갈라놓는 것 아니냐”며 “철새처럼 보인다는 말도 많이 나온다”고 했다.
박 후보를 향해서는 전통 보수층 중심의 결집 움직임이 감지됐다. 특히 최근 박 후보가 90대 노모 앞에서 삭발한 장면은 시장 상인들 사이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분위기였다. 생선골목에서 만난 주모(67) 씨는 “노모가 머리를 깎아주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먹먹했다”며 “힘들어도 당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는 “무소속으로 나와 보수 표를 나누는 건 안 된다”며 “우리는 결국 2번을 찍어야 한다는 분위기도 아직 강하다”고 했다.
또 다른 상인(59)은 “북구는 본토박이 정서가 강한 곳”이라며 “경부선 철도 지하화 같은 사업을 제대로 밀어붙이려면 결국 여당 간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많다”고 말했다.

선거 막판 변수로는 보수 진영 결집 움직임도 떠오르고 있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27일 부산 기장시장을 찾아 국민의힘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선 데 이어 이명박 전 대통령도 30일 부산 수영로교회와 자갈치시장을 찾을 예정이다. 이 전 대통령은 자갈치시장에서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와 박민식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를 단순 지원 유세를 넘어 ‘보수 대통합 상징 행보’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부산 북구갑에서 무소속 한동훈 후보로 인한 보수 표 분산 우려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전직 대통령들까지 잇달아 부산행에 나서며 막판 보수층 결집에 힘을 싣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 상인들은 이번 선거를 “끝까지 결과를 알 수 없는 선거”라고 입을 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