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사업부 챙기기” vs “성과주의 훼손” 충돌
삼성전자 노사 협상이 총파업 직전 최종 결렬된 배경에는 성과급 배분 비율을 둘러싼 극심한 입장차가 자리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회사가 성과급 규모와 제도 개선 상당 부분을 수용했음에도 노조가 적자 사업부까지 포함한 고강도 공동 배분안을 고수하면서 결국 협상이 파국으로 치달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재계와 삼성전자 내부에 따르면 이번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사후조정의 최대 쟁점은 성과급 재원을 ‘부문 공통’과 ‘사업부별 실적’ 중 어디에 더 무게를 둘 것이냐는 문제였다.
삼성전자는 협상 결렬 직후 입장문에서 “노동조합의 과도한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경우 회사 경영의 기본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회사가 성과급 규모와 내용 대부분을 수용했음에도 사회적으로 용납되기 어려운 수준의 보상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반도체(DS)부문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고정한 뒤 이를 ‘부문 70%, 사업부 30%’ 비율로 배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DS부문 전체 재원의 70%를 메모리·시스템LSI·파운드리 등 모든 사업부에 공동 배분하고 나머지 30%만 사업부 실적에 따라 차등 지급하자는 구조다.
반면 회사 측은 해당 안이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삼성전자의 기존 성과주의 원칙을 정면으로 흔드는 구조라고 반발했다. 특히 적자 사업부가 흑자를 낸 메모리사업부와 유사한 수준의 성과급을 받게 될 수 있다는 점을 핵심 문제로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칙을 포기할 경우 삼성전자뿐 아니라 다른 기업과 산업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고려대상이었다.
특히 회사는 적자 사업부에 대한 과도한 보상이 ‘프리라이더(Free-rider)’를 양산하고 조직 전체 동기부여 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안팎에서도 “흑자를 낸 사업부가 적자 사업부 손실까지 떠안는 구조”라는 비판이 나왔다.
실제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노조 지도부 요구안에 대한 반발이 확산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와 사내 게시판에는 “부문 30%, 사업부 70%가 맞다”, “성과주의를 무너뜨리는 배분 구조”라는 비판 글이 잇따랐다. 자신을 반도체연구소 직원이라고 밝힌 한 직원은 “메모리가 돈을 벌었으면 메모리가 더 많이 받는 것이 당연하다”며 “만년 적자인 사업부가 부문 공통 재원으로 메모리와 비슷한 수준의 성과급을 받아가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초기업노조를 표방하면서도 실제로는 DS부문, 그중에서도 적자 사업부 이해관계에 치우친 협상을 벌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노동계 일각에서도 “5만 명 규모 DX부문 직원들을 사실상 배제한 채 일부 사업부 중심으로 협상을 끌고 간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중노위 역시 해당 쟁점이 막판 최대 변수였음을 시사했다. 박수근 중노위원장은 협상 결렬 뒤 “노사가 상당 부분 접근했지만 큰 쟁점 하나와 작은 쟁점 한두 가지를 끝내 좁히지 못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갈등이 단순 임금 협상을 넘어 삼성전자 내부 성과주의 체계와 사업부 간 이해관계 충돌이 본격 표면화된 사건으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성과급은 단순 보상이 아니라 조직의 방향성과 동기부여 체계”라며 “성과를 낸 조직과 그렇지 못한 조직의 경계를 흐릴 경우 장기적으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