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을 앞두고 2차 사후조정에 돌입하면서 성과급 제도 개편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다시 떠올랐다. 삼성전자 노사는 11~12일 중앙노동위원회 1차 사후조정을 진행했지만 성과급 지급 기준과 제도화 문제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13일 새벽 조정이 결렬됐다.
이후 노사는 18일 오전 10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2차 사후조정을 시작해 이틀날인 19일까지 이어지고 있다. 총파업 예고일인 21일을 앞두고 막판 조율에 들어간 셈이다. 시장의 관심은 파업 여부에 쏠리고 있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파업 자체보다 성과급 산식 논쟁이 삼성전자에 더 오래 남을 변수라는 해석도 나온다.
파업은 협상 결과에 따라 중단될 수 있다. 하지만 성과급 산정 방식이 바뀌면 향후 호황기와 불황기 모두에서 비용 구조와 보상 체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번 갈등의 핵심이 단순히 올해 얼마를 더 받을 것이냐에 그치지 않는 이유다.
노조는 반도체 호황의 성과를 보다 명확한 기준에 따라 공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고, 성과급 산정 기준을 제도화하는 방안을 요구해 왔다. 기존 성과급 상한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함께 제기됐다.

노조 요구가 힘을 얻는 배경에는 AI 반도체 호황이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DS부문에서 매출 81조7000억 원, 영업이익 53조7000억 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AI용 고부가가치 제품 수요와 메모리 가격 상승 등이 실적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직원들 입장에서는 회사가 AI 호황으로 대규모 이익을 냈다면 그 성과도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공유돼야 한다는 요구가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경쟁사들이 성과급 상한 폐지나 영업이익 연동형 보상 체계를 논의·도입한 사례가 비교 대상으로 거론되면서 삼성전자 내부의 보상 체계 개편 요구도 커졌다.
문제는 성과급 공식이 한 번 만들어지면 호황기에만 작동하는 장치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영업이익 연동형 성과급은 실적이 좋을 때 직원 보상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지만, 반대로 경기 사이클이 꺾일 때는 비용 부담과 보상 기대치 사이의 갈등을 다시 키울 수 있다.

반도체는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이다. AI 수요가 강할 때는 메모리 가격과 고부가 제품 판매가 실적을 끌어올리지만, 재고 조정이나 가격 하락이 시작되면 수익성이 빠르게 달라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성과급 산식을 어디까지 고정할 것인지는 단순 노무 이슈를 넘어 경영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삼성전자는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와 경쟁하고 있고, 파운드리 사업 경쟁력 회복도 과제로 안고 있다. 반도체 공장 증설, 첨단 패키징, 차세대 메모리 개발 등에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인재 확보를 위해 보상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요구와, 다음 사이클에 대비해 투자 여력을 남겨야 한다는 필요가 동시에 존재하는 셈이다.
다만 이 대목에서 회사 측 입장을 단정적으로 서술하기는 어렵다. 공개적으로 확인되는 것은 노사 간 성과급 산식과 제도화 여부를 둘러싼 이견이다. 성과급 고정화가 실제 투자 여력을 얼마나 제약할지는 회사의 투자 계획, 현금 흐름, 반도체 업황, 제도 설계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번 사안을 단순한 파업 이슈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2차 사후조정에서 노사가 극적 타협에 이르더라도 성과급 산식 논쟁은 남을 가능성이 크다. AI 반도체 호황으로 회사 이익이 커진 만큼 직원 보상도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요구는 계속될 수 있다.
반대로 회사는 성과 공유와 투자 지속성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보상을 강화하지 않으면 반도체 인재 경쟁에서 불리해질 수 있고, 성과급 산식을 지나치게 경직적으로 설계하면 향후 업황 변화에 대응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결국 삼성전자 성과급 갈등은 총파업 여부를 넘어 AI 시대 초과이익을 어떤 기준으로 나눌 것인가의 문제로 번지고 있다. 18일부터 시작된 2차 사후조정의 결과에 따라 파업 여부뿐 아니라 삼성전자 성과급 제도 개편 논의의 방향도 함께 정해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