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 핵심은 '생산성'…HD현대重, 작업시간 10% 늘면 8000억 '출렁' [조선 초격차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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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공수 10% 증가 땐 미래손익 8721억원 감소
수주잔고 62조에도 인력·공정 효율이 수익성 변수
노조 영업익 30% 공유 요구에 조선업계 긴장

HD현대중공업이 62조원대 수주잔고를 쌓았지만 생산공수와 인력 효율이 수익성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고선가 선박 수주와 조선업 호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실제 이익은 선박을 얼마나 정해진 공정과 시간 안에 건조하느냐에 따라 크게 출렁일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온다.

18일 HD현대중공업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전체 수주잔고는 62조1708억원이다. 이 가운데 조선 부문 수주잔고만 49조752억원에 달한다. 회사는 2026년 20조3345억원, 2027년 25조6495억원, 2028년 이후 16조1868억원 규모의 매출 인식을 예상하고 있다. 향후 2~3년간 일감은 충분히 쌓여 있는 셈이다.

문제는 공수다. 조선업은 수주에서 인도까지 2~3년이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 산업이다. 매출은 공사 진행률에 따라 인식된다. 진행률은 총 제조원가 대비 실제 투입 제조원가 비율로 산정된다. 이 때문에 재료비, 노무비, 공사기간, 생산공수 변동이 곧 수익성에 영향을 준다.

HD현대중공업은 분기보고서에서 생산공수가 10% 증가할 경우 당분기 손익이 1677억원 감소하고, 미래 손익은 8721억원 줄어들 수 있다고 밝혔다. 생산공수는 선박을 짓는 데 들어가는 인력 투입 시간이다. 작업자 수와 작업시간을 곱한 맨아워(M/H)로 계산한다. 반대로 생산공수가 10% 감소하면 미래 손익은 8666억원 증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수주잔고가 많고 선가가 높아도 숙련공 부족, 공정 지연, 협력사 인력난이 발생하면 이익률이 흔들릴 수 있다.

일부 공정에서는 이미 예상보다 많은 작업시간이 투입되고 있다. 1분기 HD현대엠엔에스 블록 부문 가동률은 125.2%, HD현대중공업 엔진기계 부문은 107.5%였다. 이는 정상조업도 기준으로 잡은 인력 투입시간보다 실제 작업시간이 더 많았다는 뜻이다. 조선업 호황 속에서 작업 물량과 공정 부담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HD현대중공업은 분기보고서에서 “생산공수변동에 따른 위험은 공수관리 전담부서를 설치해 불확실성을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노사 변수도 커지고 있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지난 12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2026년 단체교섭 통합요구안을 확정했다. 핵심은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 통합 이후 남은 임금·복지·제도 차이를 줄이는 것이다. 지부는 “통합은 이름만 하나일 뿐 현장은 또 다른 격차로 남는다”며 고정급 중심 임금 인상과 차이 나는 제도의 상향 평준화를 요구했다. 여기에 영업이익의 최소 30%를 원·하청 노동자의 임금, 복지, 제도 개선 재원으로 배분하자는 요구도 담았다.현대중공업 지부는 20일 민주광장에서 통합요구안 전달식을 열고, 6월 2일 상견례를 목표로 단체교섭에 나선다.

업계는 불똥이 튈 가능성에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조선업은 같은 업황과 인력난, 유사한 협력사 구조를 공유한다. 한 회사의 임단협 결과가 다른 조선사 노조의 기준선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호황기 성과 배분 요구가 커질수록 사측은 인건비와 공수 증가에 따른 수익성 부담을 함께 고려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 호황의 핵심은 이제 수주량보다 생산성”이라며 “성과 배분 논의는 불가피하지만, 영업이익을 고정 비율로 나누는 구조가 만들어질 경우 공수 증가와 인건비 부담이 향후 수익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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