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부부·외박 군인·외국인까지 다양한 승객들 탑승…“천천히 가는 서울의 맛”
서울달·한강버스 연계 체험 확대…서울관광재단 “반복 방문형 관광콘텐츠 육성”

초여름 햇살이 내려앉은 19일 오전. 잠실 한강버스 선착장에는 평일 오전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운동복 차림의 중년 부부도, 카메라를 든 외국인 관광객도, 휴가를 나온 군인도 있었다. 선착장 유리창 너머로는 잔잔한 한강 물결 위를 미끄러지듯 가르는 흰색 한강버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한강버스는 잠실에서 마곡까지 7개 선착장을 잇는 수상 교통수단이다. 지난해 운항을 시작한 이후 누적 탑승객 27만 명을 돌파하며 서울의 새로운 관광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다. 배에 오르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통유리창 너머로 펼쳐진 한강 풍경이었다. 롯데월드타워가 점차 멀어지자 강변북로를 달리는 차량 행렬이 물 위에서 한층 느긋하게 내려다보였다. 승객들 상당수는 창가에 앉아 휴대전화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누군가는 말없이 강바람을 즐겼다. 이곳에서만큼은 서울의 속도가 한 박자 느려지는 듯했다.
실제 탑승객들의 목적도 이동보다는 ‘유람’에 가까웠다. 잠실 선착장에서 만난 60대 부부는 이번이 두 번째 탑승이라고 했다. 부부는 “지난번에 한 번 타봤는데 생각보다 너무 좋았다”며 “오늘은 마곡까지 가서 점심도 먹고 산책도 할 예정”이라고 웃어 보였다. 이어 “여름방학 때 손주들이 오면 같이 다시 타보려고 미리 코스를 익히는 중”이라며 “아이들이 무척 좋아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강버스가 교통수단에서 나아가 가족 나들이 코스로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군복 차림의 젊은 승객도 눈에 띄었다. 경기도 양주의 한 부대에서 복무 중이라는 한 병사는 “집이 광명인데 오늘 휴가 나와 집에 가는 길”이라며 “급하게 가는 건 아니라서 겸사겸사 한강버스를 타봤다”고 말했다. 그는 “지하철보다 오래 걸리긴 하지만 풍경 보면서 천천히 가는 맛이 있다”며 “여유 있을 때는 충분히 탈 만하다”고 했다.

실제로 한강버스는 ‘교통’과 ‘관광’의 경계 어딘가에 자리한 모습이었다. 교통카드 환승 할인까지 적용되는 공공 교통수단이지만, 승객 대부분은 목적지까지 가장 빠르게 이동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한강을 즐기기 위해 탑승하고 있었다. 일반 요금이 3000원이라는 점도 시민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서울관광재단 관계자는 “유람선은 상대적으로 값이 비싸지만, 시민들이 한강을 즐기고 싶을 때 교통수단이 아닌 용도로 이용하는 것 같다”라며 “운영 방향성을 잘만 다듬으면 좋은 관광 콘텐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서울관광재단이 마련한 ‘밖에서 놀자, 서울’ 프레스투어 현장에 참석한 한상균 한강버스 대표는 안전 문제를 가장 먼저 언급했다. “사회적으로 안전 사고와 관련한 우려가 있었던 만큼, 이후 내부적으로 대오각성과 쇄신을 통해 안전 확보를 절대 과제로 삼고 있다”며 “직원들 스스로도 일상적인 점검과 선제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3월 정식 운영 이후 이용객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며 “현재 추세라면 6월에는 월 이용객 10만명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길기연 서울관광재단 대표 역시 한강버스를 서울의 새로운 관광 자산으로 평가했다. 그는 “서울은 사실 4대궁과 남산 외에는 대표 관광 콘텐츠가 부족한 편이었다”며 “한강버스는 교통수단이자 관광 콘텐츠로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밤에 타면 서울 스카이라인이 매우 아름답다”며 “앞으로 서울의 명물로 충분히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길 대표는 또 “초기에는 마곡에서 잠실까지 2시간 넘게 걸려 너무 길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현재처럼 여의도를 중심으로 동·서 노선을 나눠 1시간 안팎으로 운영하는 방식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배가 여의도에 가까워질 무렵, 창밖 풍경도 달라졌다. 강변을 따라 늘어선 고층 빌딩과 새로 들어선 아파트 단지가 햇빛을 반사하며 반짝였다. 서울관광재단은 이날 프레스투어를 통해 한강버스와 함께 여의도 상공 관광 콘텐츠인 ‘서울달’ 체험도 함께 선보였다. 서울달은 여의도공원 상공 약 130m까지 떠오르는 계류식 가스기구다. 최근 서울 야간 관광 명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금창훈 서울관광재단 팀장은 “서울달은 한 번 타보고 끝나는 일회성 관광 콘텐츠가 아니라 계절과 시간대에 따라 전혀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서울의 대표 체험형 관광자원”이라고 밝혔다. 이어 “낮에는 한강과 도심 전경이 시원하게 펼쳐지고, 밤에는 서울의 화려한 야경이 색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반복해서 찾는 지속형 콘텐츠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