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산업협회도 우려 표명⋯“생태계 전반 충격”
노사, 18일 협상 재개…파업 ‘D-3’ 최대 분수령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해외 출장 일정을 조정해 급거 귀국한 뒤 첫 메시지로 “전 세계 고객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단순 임금 협상을 넘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리스크로 번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도체 업계와 경제계에서는 삼성전자 총파업 가능성이 현실화할 경우 인공지능(AI) 반도체와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차질은 물론 글로벌 고객 신뢰도 하락, 국내 반도체 생태계 전반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이 회장은 16일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입국하면서 “저희 회사 내부 문제로 불안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 전 세계 고객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어 “노동조합 여러분, 삼성 가족 여러분, 우리는 한 몸 한 가족”이라며 “지금은 지혜롭게 힘을 모아 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또 이 회장은 “매서운 비바람은 제가 맞고 다 제 탓으로 돌리겠다”며 대화와 협력을 호소했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고객’을 가장 먼저 언급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AI 반도체 공급 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고객 신뢰 훼손 가능성을 가장 심각한 리스크로 판단했다는 해석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글로벌 메모리 공급망의 핵심 축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 약 36%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D램 매출은 약 193억달러에 달했다. 낸드 시장 점유율도 36.9% 수준으로 세계 1위다.
업계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생산 차질이 현실화할 경우 단순한 기업 내부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AI 산업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메모리 수요가 급증한 상황에서 공급 병목이 심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역시 최근 입장문을 내고 “반도체 산업은 국가 핵심 전략 산업이자 수출 주력 산업”이라며 “생산 차질은 산업 생태계 전반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호소했다. 특히 협회는 “삼성전자 파업 시 발생할 영향은 해당 기업을 넘어 국내 소부장 기업과 설계 기업 등 중견·중소 협력사에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들이 공급망 안정성을 거래 핵심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엔비디아와 AMD 등 주요 고객사는 공급업체에 대해 정기적인 공급망 리스크 평가와 사업 연속성 점검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노사 갈등 장기화가 신규 수주와 고객 물량 배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국가 경제에 미칠 충격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반도체 수출은 2개월(3·4월) 연속 300억달러를 넘었다.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5%를 웃돈다. 한국 경제 성장과 수출 증가를 사실상 반도체가 떠받치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 생산 차질이 현실화할 경우 수출 감소와 성장률 둔화, 세수 감소 등 한국 경제 전반에 연쇄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삼성전자 노사는 18일 중앙노동위원회에서 교섭을 재개할 예정이다. 노조는 핵심 요구안인 성과급 제도화와 상한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으며 회사는 경영 환경과 투자 여력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총파업 현실화를 막을 마지막 분수령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재계 안팎에서는 교섭대표 교체와 총수의 공개 사과, 정부 중재가 동시에 이뤄진 점을 두고 총파업 현실화를 막기 위한 삼성전자와 정부의 막판 협상 동력 확보 시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