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웜다운·재가동 포함하면 한 달 이상 공급 차질”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노조의 총파업 예고를 일주일 앞두고 비상관리 체제에 돌입했다. 반도체 업계는 파업 강행 시 생산 라인 가동 중단에 따른 차질은 물론, 미세공정의 품질 안정성까지 훼손되면서 직간접 피해 규모가 최대 1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태의 엄중함을 고려해 재계에서는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검토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반도체 노조 총파업 가능성에 대비해 이날부터 생산 라인 안정화와 수율 관리 중심의 비상 운영 체제에 들어갔다. 반도체 산업 특성상 일반 제조업과는 달리 파업 직전부터 생산량 조절과 품질 관리 작업을 병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노조 측 파업 참가 신청자는 4만3286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실제 생산직과 공정 운영 인력의 상당수가 파업에 참여할 경우 메모리·파운드리 생산 라인 전반에 부담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공정은 중간에 멈추는 순간 웨이퍼와 장비의 안정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사전 대응이 핵심”이라며 “파업 직전부터 신규 웨이퍼 투입량을 줄이고 공정 속도를 조정하는 ‘웜다운(Warm-down)’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전문가는 “품질 이슈가 발생하면 단순 생산 감소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된다”며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 제품은 글로벌 고객사 공급 안정성과 직결돼 있어 신뢰도에 타격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파업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해 제품 믹스 조정에도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회사가 상대적으로 단가가 높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첨단 선단 공정 중심으로 생산 우선순위를 재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이번 파업 충격이 단순히 노조가 예고한 18일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반도체 공정 특성상 사전 생산 축소 작업과 파업 종료 후 재가동·수율 안정화 과정까지 포함하면 실제 공급 차질은 한 달 이상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KB증권 김동원 리서치본부장은 최근 보고서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할 경우 18일간 파업 이후에도 자동화 라인의 재가동과 정상화 과정에 추가로 2~3주가 소요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금융권과 재계에서는 피해 규모가 수십조원에 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법원이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하더라도 생산 차질과 고객 대응 비용 등을 감안하면 최소 10조~20조원 수준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제조 공정 중단이 현실화할 경우 직간접 피해 규모가 100조원 수준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재계에서는 정부 대응 필요성도 언급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는 국가 전략산업인 만큼 단순 노사 문제를 넘어 공급망 안정성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긴급조정권을 포함한 대응 방안을 서둘러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