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우려에 금리 부담까지…중소기업 ‘좀비기업’ 경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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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 연체율 0.57%로 상승…은행권 리스크 관리 강화
보증서 담보대출도 4% 돌파…안전대출까지 금리 압박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이 치솟는 가운데 대출금리까지 오르면서 영세 중소기업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은행권이 부실 가능성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리스크 관리에 나서면서 금리 부담이 취약차주에게 더 빠르게 전가되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경기 부진 속 구조조정이 지연될 경우 이자도 제대로 갚지 못하는 '좀비기업'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올해 1분기 말 중소기업대출 연체율 단순 평균은 0.57%로 집계됐다. 지난해 4분기 말 0.49%보다 0.08%포인트(p) 상승했다. 같은 기간 5대 은행 전체 연체율도 0.34%에서 0.40%로 올랐다.

연체율뿐 아니라 부실채권 지표도 악화했다. 5대 은행의 올해 1분기 말 전체 고정이하여신(NPL) 비율 단순 평균은 0.37%로 전분기 말 0.34%보다 0.03%p 올랐다. 기업 NPL 비율도 같은 기간 0.43%에서 0.47%로 높아졌다. 연체가 실제 부실채권으로 전이되는 흐름이 점차 뚜렷해지는 셈이다.

문제는 연체율 상승 국면에서 대출금리도 함께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예금은행의 기업대출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올해 3월 평균 연 4.14%로 지난해 10월 연 3.96%보다 0.18%p 상승했다. 중소기업 대출금리도 지난해 10월 3.96%에서 11월 4.14%, 12월 4.24%로 두 달 연속 올랐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대출로 분류되는 보증서 담보대출 금리도 이미 4%대를 넘어섰다. 지난해 12월 기준 5대 은행의 중소기업 보증서 담보대출 평균금리는 모두 4%를 웃돌았다. 보증서 담보대출은 신용보증기금 등 보증기관이 원금의 80~100%를 보증하는 상품이다. 일반 신용대출보다 은행의 손실 위험이 낮은 편이지만, 중소기업대출 시장 전반의 건전성 우려가 커지면서 금리에도 리스크 프리미엄이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회사채 발행이나 자본시장 조달이 쉽지 않아 은행 대출 의존도가 높다. 이 때문에 금리 상승과 은행의 여신심사 강화가 곧바로 자금 부담으로 이어진다. 특히 내수 부진으로 도소매업, 제조업, 음식·숙박업 등에서 상환 여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금융비용이 늘면 연체가 추가로 확대될 수 있다.

시장에서는 한계기업 증가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4년 비금융 영리기업' 가운데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기업 비중은 42.8%로 전년보다 0.5%p 상승했다. 이자보상비율이 100%를 밑돈다는 것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정부가 생산적 금융 확대를 주문하면서 중소기업 대출 공급은 이어지고 있지만 연체율 상승과 금리 반등이 맞물리면서 은행권의 건전성 관리 부담도 커지고 있다. 자금 공급이 필요한 기업과 구조조정이 필요한 한계기업을 얼마나 정교하게 가려내느냐가 향후 금융권의 과제가 될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소기업 연체율이 오르는 상황에서 금리까지 상승하면 취약 기업의 이자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정책금융과 은행 대출이 한계기업의 생명 연장 수단으로만 쓰이지 않도록 선별 지원과 구조조정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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