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굴기' 힘받는 中 장비업체…韓 토종 인센티브 절실 [기술 속국 탈출기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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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장비 국산화율 50% 수준
韓 여전히 외산 의존도 높아
삼성·SK 아니면 설 자리도 없어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앞세워 장비 자급률을 무섭게 끌어올리면서,국내 장비업계의 입지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최대 수출국인 중국 시장은 문이 닫히고, 안방인 내수 시장에선 외산 장비의 벽에 막혀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분석이다. K-반도체 생태계 붕괴를 막기 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국산 장비 채택을 유도할 과감한 정책적 인센티브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5일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중국 내 반도체 장비 기업 수는 1500개 이상으로 파악된다. 매출은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수익성은 그리 좋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늘어나는 장비 기업 수에 경쟁이 치열해지기 때문이다.

공정별로는 전공정 분야에서 여전히 해외 의존도가 높아 기술 격차가 존재하지만, 후공정 분야는 국산화가 상당 부분 진전된 상태다. 중국 반도체 장비의 전공정 국산화율은 로우엔드 제품 기준 60~70%, 하이엔드 제품은 40~50% 수준까지 올라온 것으로 분석된다. 후공정은 70% 이상 국산화가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정책적 지원도 강화되는 분위기다. 올해 초 중국이 자국 내 반도체 장비 사용 비율을 기존 20% 수준에서 50%대로 높였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낸드플래시 업체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는 팹의 페이즈(Phase)2 투자에서 장비 국산화율 100%를 목표로 제시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국산 장비 도입을 사실상 의무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장비업계 관계자는 “중국 최대 파운드리인 SMIC 내부에는 국산화율을 전담하는 담당자가 있을 정도로 중요한 지표로 관리된다”며 “장비 품질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정책적으로 사용 비율을 맞추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한 번 채택된 장비는 쉽게 교체되지 않고 장기간 유지되는 관행이 있어 중국 내부에서도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흐름은 국내 장비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은 우리나라 장비 기업들의 큰 매출처였지만, 중국이 자급률을 높이면서 수출 기회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장비와 중국 장비 모두 로우엔드로 상충되는 면이 있어서 우리나라 기업들의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점이 리스크로 지목된다.

결국 국내 장비업체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투자 계획에 의존하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두 기업의 설비 투자 일정에 따라 실적이 좌우되는 상황이다.

문제는 두 기업이 전공정 핵심 장비의 상당 부분을 외산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네덜란드 노광장비 업체 ASML, 일본의 TEL(도쿄 일렉트론), 미국의 어플라이드머트리얼즈, 램리서치 등이 대표적이다. 이로 인해 국내 반도체 기업과 글로벌 장비업체는 성장 수혜를 누리는 반면, 국내 장비업계는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장비업체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반도체 강국으로 불리지만 정작 장비기업들은 여전히 발주가 없어서 영세하고 어려운 곳이 많다”며 “대기업의 장비 반입 기준이 바뀔 때마다 대응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일부 반도체 기업이 국내 후공정 장비 도입을 줄이고 외산 장비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내부 정책을 조정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국내 역시 일정 수준의 장비 국산화율을 장려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장 원칙을 유지해야하는 구조상 중국식 ‘국산 장비 의무화’ 방식을 그대로 도입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있지만, 산업 생태계 유지를 위해서는 다른 방식의 정부 지원과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한 장비업체 대표는 “국내 장비의 품질이 낮다는 지적이 있지만 실제로는 발주와 협업이 병행돼야 기술도 함께 올라갈 수 있다”며 “정책 지원이든 제도 개선이든 소부장 생태계를 함께 키우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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