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롯데건설 AI 번역기 활용
국토부 등 스마트 건설 생태계 조성

국내 건설업계가 AI와 로보틱스 기술을 현장에 빠르게 접목하며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고령화와 인력 부족, 안전사고 리스크 등 고질적인 현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기업부터 중소기업, 정부와 지자체까지 손을 잡고 '건설 AX(인공지능 전환)' 생태계 구축에 나선 모습이다.
1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건설사들은 단순한 소프트웨어 활용을 넘어 실제 물리적 환경에서 이동·운반·반복 작업을 수행하는 '피지컬 AI' 기술 실증에 집중하고 있다.
GS건설은 5일 로보틱스 전문기업 대동로보틱스와 업무협약을 맺고 자재 운반 및 반복 작업에 활용할 AI 자율주행 로봇의 현장 검증을 시작했다. 변수가 많은 건설 환경에 최적화된 맞춤형 로봇 모델을 공동 개발하고 운영 데이터를 축적한다는 방침이다. 현대건설은 자재 운반, 타공, 커튼월 설치 로봇을 현장에 실전 배치했다. 특히 고층 외벽 유리 패널을 시공하는 커튼월 설치 로봇으로 작업자의 고소 작업 위험을 줄였다. 아울러 200만 건 이상의 현장 데이터를 학습한 AI CCTV를 통해 안전모 미착용이나 위험구역 무단 진입 등을 실시간 감지하고 있다.
호반건설도 최근 공동주택 현장에서 AI 기반 외벽 균열 점검 로봇의 실증을 마쳤다. ㈜에프디테크와 협력한 이 로봇은 4대 카메라와 초음파 기술로 외벽 내·외부를 정밀 진단하고 손상 위치를 자동 판별해 점검의 객관성을 높였다.
외국인 근로자 비중이 늘어난 현장 상황을 반영해 소통과 안전 관리를 강화하는 AI 기술도 도입되고 있다. 기존 번역기와 달리 건설 현장 은어와 전문 용어를 반영한 '특화 사전'을 탑재한 것이 특징이다.
대우건설은 최근 롯데이노베이트와 협력해 최대 180개 언어를 지원하는 '건설현장 특화 실시간 AI 번역기'를 개발했다. 현장 관리자가 번역 채널을 개설하면 근로자들이 개인 스마트폰으로 아침 조회나 작업 전 안전점검회의(TBM) 내용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세운 633 오피스 현장과 과천 G-TOWN 개발사업 신축공사 현장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롯데건설도 롯데이노베이트와 개발한 'AI 근로자 다국어 번역 모델'을 전국 40여 개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현재 20개국 언어를 지원하며 300시간 규모의 음성 데이터를 추가 학습시켜 인식률을 높이는 중이다. 향후 QR 코드로 접속하는 모바일 앱을 배포해 편의성을 높일 계획이다.
민간 건설사들의 AI 도입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공공 부문도 스마트 건설 생태계 조성에 나섰다. 정부와 지자체는 스마트 건설 기술의 제도적 기반 마련과 지방·중소기업 확산에 무게를 싣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11일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전북대,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함께 'AI 건설·로봇 혁신센터'를 설립하기로 협약했다. 국토부는 이번 협약에 따라 수도권과 대기업 위주였던 스마트 건설 기술을 지방으로 확산하고, 관련 정책 개발과 제도 개선을 주도할 방침이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권역별 혁신센터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스마트건설 생태계 조성과 건설 AX를 촉진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와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목표를 동시에 실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지자체 중에서는 경기도가 경기연구원과 함께 '도내 건설분야 AI 활용 및 콘테크 기업 육성 방안' 연구용역에 착수했다. 도내 건설업체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전문건설업체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기술 실증(Test-bed) 지원과 우수기업 인증제도 등 맞춤형 지원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 같은 업계 전반의 AX 움직임에 대해 전문가들은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건설산업의 작동 방식 자체가 바뀌는 전환점에 들어섰다고 평가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AI 시대가 바꾸는 건설산업' 보고서에서 "피지컬 AI는 현장의 안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며 "물리적 지능을 갖춘 로봇들은 인간 작업자와 협동하며 건설산업의 생산성을 상향 평준화하고 숙련공 부족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기술적 해법을 제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을 확률적으로 분석해 위험 구간을 미리 경고하는 등 건설 현장에서 '임기응변'이 차지하던 자리가 AI로 인해 '데이터 기반의 확신'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AI를 탑재한 로보틱스 기술은 건설 현장을 인력 중심에서 기술 중심의 지능형 시스템으로 재편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공장생산(OSC)과 현장 로봇의 유기적인 협업은 건설 현장의 인력 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동시에 안전과 품질, 생산성을 동시에 극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