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츄가 안아주고, 공원에서 보물 찾고"…물빛나래유치원, 어린이날 하루가 통째로 동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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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가 캐릭터 옷 입고 아침맞이…보물찾기·에어바운스·과자뷔페 '꿈의 풀코스'

▲피카츄와 백설공주 복장을 한 학부모 자원봉사자들이 유치원 현관 레드카펫 위에서 등원하는 푸른바다 2-3반 김세은 어린이를 환하게 맞이하고 있다. 김미숙 원장은 "아이들이 세상의 주인공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게 해주는 것이 어린이날의 의미"라고 말했다. (김재학 기자)
아침 등원길, 유치원 현관이 달랐다. 레드카펫이 깔리고 무지개빛 커튼이 내려왔다. 풍선꽃이 양쪽에서 활짝 피어 있는 그 사이로 피카츄와 백설공주가 두 팔을 벌렸다. 노란 전신의상 안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것은 아이의 아빠였고, 공주 드레스를 차려입고 무릎을 꿇어 아이와 눈을 맞춘 것은 옆반 친구의 엄마였다. 가방을 멘 아이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피카츄다!" 환호가 터지고, 아이의 손을 잡고 온 부모들의 눈가가 젖었다.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월 30일 아침, 물빛나래유치원의 풍경이다. 이날 하루는 통째로 동화였다.

경기도 오산 세교 소재 공립 물빛나래유치원(원장 김미숙)은 어린이날을 맞아 '어린이날 행복놀이한마당'을 운영했다. 유아 중심의 놀이 경험을 확대하고, 친구와 가족이 함께하는 추억을 선물하기 위해 기획된 행사다.

이날의 주인공은 단연 아이들이었지만, 무대를 만든 것은 학부모들이었다. 학부모회 자원봉사자들이 새벽부터 캐릭터 복장을 차려입고 현관을 꾸미고 대기한 것은 이 행사의 첫 장면이자 가장 따뜻한 장면이었다. 아이가 유치원 문을 여는 순간, 평범한 하루가 아니라 '나만을 위한 축제'가 시작되도록 설계한 것이다. 레드카펫 위에 선 아이의 표정에는 세상 모든 것을 가진 사람의 자신감이 담겨 있었다.

▲30일 물빛나래유치원 인근 죽담공원에서 열린 '어린이날 행복 놀이 한마당' 보물찾기에서 유아들이 초록 잔디밭을 누비며 숨겨진 보물을 찾고 있다. 친구와 함께 뛰고 웃는 이 시간이 물빛나래유치원이 아이들에게 선물한 어린이날이다. (물빛나래유치원)
현관의 감동이 채 가시기 전, 아이들은 유치원 인근 죽담공원으로 쏟아져 나갔다. 두 번째 프로그램, 보물찾기다. 연두빛 잔디 위로 초록 체육복을 입은 아이들이 흩어졌다. 나무 사이, 풀숲 속, 벤치 아래. 숨겨진 보물을 찾아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공원 전체에 번졌다. "여기 있다!" 외치며 뛰어오는 아이의 손에는 작은 공 하나가 쥐어져 있었지만, 그 얼굴에는 올림픽 금메달을 딴 것 같은 성취감이 가득했다. 친구와 머리를 맞대고 단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함께'의 의미를 온몸으로 배우는 시간이었다.

강당으로 돌아온 아이들에게는 에어바운스 놀이와 과자뷔페가 기다리고 있었다. 파란색 대형 에어바운스 위에서 미끄럼을 타며 까르르 웃는 아이들 곁에는 학부모 봉사자들이 한 명 한 명을 안전하게 받쳐주고 있었다. 신나서 올라가고, 웃으며 내려오고, 다시 줄을 서고. 안전교육을 바탕으로 질서 있게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에서 놀이와 교육이 한 몸처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물빛나래유치원의 철학이 드러났다.

이날 행사의 진짜 의미는 화려한 프로그램 목록이 아니라, 그것을 함께 만든 사람들에게 있었다. 교사가 밤늦게까지 동선을 짜고, 학부모가 새벽부터 두 팔을 걷어붙였다. 아이들은 놀았고, 어른들은 웃었다. 유아·교사·학부모가 '교육공동체'라는 이름 아래 하나로 움직인 하루였다.

김미숙 원장의 말에 이 유치원의 교육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어린이날은 선물을 주는 날이 아니라, 아이들이 세상의 주인공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게 해주는 날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아이들이 마음껏 웃고 뛰고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이것이 우리가 해야 할 교육의 본질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김 원장은 "유치원은 무언가를 가르치는 곳이기 이전에 아이들이 안전하게 웃을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며 "놀이가 곧 최고의 교육이라는 믿음으로, 앞으로도 아이들의 웃음과 성장을 함께 지켜가는 다양한 교육활동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강당에서 진행된 에어바운스 놀이에서 학부모 자원봉사자가 미끄럼을 타고 내려오는 유아를 두 손으로 안전하게 받쳐주고 있다. 이날 행사는 학부모회의 적극적인 참여로 유아·교사·학부모가 하나 된 교육공동체의 모습을 보여줬다. (물빛나래유치원)
피카츄 옷을 입고 아이를 기다리던 아빠의 마음, 에어바운스 아래서 두 손 내밀어 아이를 받아주던 엄마의 손, 보물을 찾고 뛰어와 "나 찾았어!"라고 외치던 아이의 한마디. 물빛나래유치원이 만든 어린이날은 행사가 아니라 풍경이었고, 그 풍경 안에 교육의 가장 아름다운 답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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