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거래 공시 의무화…'일감 몰아주기' 감시망 가동
공정위, 쿠팡 '끼워팔기' 등 주요 사건 처리 속도 낼 듯

쿠팡의 동일인(총수)이 현행 '법인'에서 김범석 쿠팡Inc 의장 '개인'으로 변경됐다. 김 의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됨에 따라 친족 지배 회사들도 계열사로 편입돼 대규모 내부거래 공시 의무와 사익편취 금지 규제를 동시에 받게 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9일 이런 내용이 담긴 '2025년 대기업집단(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현황'을 발표했다.
공정위는 2021년 쿠팡을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지정한 이후 지난해까지 김 의장 '개인'이 아닌 쿠팡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했다. 특혜 논란이 불거지자 공정위는 2024년 5월 10일 신설된 공정거래법 시행령 규정을 적용해 쿠팡의 경우 자연인이 아닌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예외 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친족의 경영 참여' 여부를 이유로 들어 처음으로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했다. 김 의장의 동생인 김유석 씨는 사내에서 미국명 '유 킴'으로 불리고 있지만 부사장급으로 쿠팡 내에서 최상위 등급에 해당하는 것으로 공정위는 파악했다. 특히 그가 쿠팡 배송캠프 관리부문 총괄(부사장)이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이 이번 동일인 지정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공정위 조사 결과 김 씨는 물류·배송 정책 관련 회의를 수백 차례 주재하고 배송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대표를 소집해 주간 실적을 점검하는 등 사업 운영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구체적인 업무집행 방향에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한 경영 활동'으로 판단했다. 그의 지위는 주요 계열사의 대표이사 등급과 유사하고 보수 수준도 동일 직급의 등기임원 평균에 준하는 수준이라는 점도 함께 고려했다.
최장관 공정위 기업집단감시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쿠팡 청문회 때 문제 제기가 있었고 김 씨의 경영 참여에 대한 신고가 접수됐다"며 "부사장급 지위는 청문회 때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김 의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되면서 쿠팡 지배구조에 관한 규제 강도가 한층 더 높아질 전망이다. 우선 김 의장을 비롯한 4촌 이내 혈족과 3촌 이내 인척의 주식 보유 현황과 거래내역도 공시해야 한다. 김 의장과 친족이 지분 20%를 소유한 국외 계열사가 공시 의무 대상에 새로 포함된다. 김 의장은 매년 계열사 현황 등을 직접 신고해야 한다.
쿠팡은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사익편취) 금지도 적용받게 된다. 공정거래법 47조는 재벌 총수 등이 계열사를 동원해 자녀나 배우자·친척 등이 지배하는 회사에 유리한 조건으로 사업 기회를 제공하거나 돈을 빌려주는 등 부당한 혜택을 주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사익편취 금지는 동일인이 자연인인 경우에만 적용된다. 그동안 쿠팡은 법인이 동일인이어서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앞으로는 일감 몰아주기(사익편취) 규제도 한층 강화된다.
공정위에는 동일인 지정 외에도 쿠팡 관련 주요 사건들이 다수 걸려 있다. 동일인 변경 절차가 마무리되면서 다른 주요 사건 처리도 속도가 날 전망이다.
쿠팡의 '끼워팔기' 의혹 사건은 올해 상반기 중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제재 여부와 수위가 결정될 예정이다. 시장을 온라인 쇼핑 전체로 볼지, 빠른 배송이 가능한 이커머스 시장으로 좁혀 볼지 등에 따라 쿠팡의 점유율과 지배적 지위 인정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하도급법 위반 의혹과 관련해선 현재 동의의결 절차가 진행 중이다. 쿠팡과 PB 자회사 CPLB는 공급단가 인하 등 '갑질' 혐의와 관련해 약 30억 원 규모의 상생 방안을 제시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동의의결 절차 개시하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