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소원 384건 접수에도 본안 0건…법왜곡죄 118명 고소·고발

재판소원과 법왜곡죄 등 이른바 ‘사법개혁 3법’ 시행 한 달 만에 사건이 급증하며 사법부가 시험대에 올랐다. 재판소원은 수백 건이 접수됐지만 단 한 건도 본안 심사에 오르지 못했고, 법왜곡죄는 고소·고발이 잇따르며 법관 위축 우려가 커지고 있다.
12일 전자헌법재판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재판소원 제도 시행 이후 약 한 달간 접수된 사건은 총 384건이다. 이 추세라면 연간 약 4600건 수준으로, 지난해 헌법소원 접수 건수 3066건을 크게 웃돌 전망이다.
다만 ‘첫 관문’인 사전심사를 통과한 사건은 아직 없다. 헌법재판소는 이달 7일까지 세 차례 사전심사에서 194건을 모두 각하했다. 지정재판부가 법적 요건을 검토하는 단계에서 대부분 탈락한 것이다.
각하 사유 가운데서는 ‘청구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 명백한 경우’가 128건으로 가장 많았다. 헌재는 법원의 사실 인정이나 법률 적용의 타당성을 다투는 단순 불복은 재판소원 대상이 아니라는 기준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재판소원이 사실상의 ‘4심제’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는 일정 부분 차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제도 도입 취지였던 기본권 침해 구제 기능이 충분히 작동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동시에 제기된다.
헌재는 재판소원 제도 시행으로 증가한 업무량에 대응해 현재 70여 명인 헌법연구관을 20명 추가 채용하고, 검찰과 형사재판 기록을 전자 인증등본 형태로 공유하기로 하는 등 제도 보완에도 나섰다. 다만 민사재판 기록 송부 절차와 인용 이후 후속 절차 등은 여전히 미비한 상황이다.
같은 기간 시행된 법왜곡죄 역시 사법부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제도 시행 이후 약 2주간 접수된 사건은 44건, 고소·고발된 인원은 118명에 달한다. 하루 평균 4명꼴이다.
법왜곡죄는 법관·검사·경찰이 고의로 법을 왜곡해 타인의 권익을 침해할 경우 10년 이하 징역 등에 처하도록 한 규정이다. 시행 직후 주요 사건 판결을 둘러싼 고발이 이어지며 법관이 주요 대상이 되고 있다.
시행 첫날에는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 판결 과정에서 형사소송법을 왜곡했다는 이유로 경찰과 공수처에 고발됐다. 이어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을 취소한 지귀연 부장판사 등도 고발 대상에 올랐다.
다만 ‘고의성’ 입증이 필요한 만큼 실제 처벌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경찰 내부에서도 명백성이 부족한 사건은 불송치로 정리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럼에도 사법부 내부에서는 수사 가능성 자체가 재판 독립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이에 법원행정처는 ‘형사재판 보호·지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한편 13일 열리는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는 ‘사법개혁 3법’과 관련한 우려를 담은 안건이 상정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해당 안건에는 사법부 신뢰 회복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재판소원 도입에 따른 분쟁 종국적 해결 지연 △대법관 증원에 따른 사실심 인력 부족 △법왜곡죄로 인한 무분별한 고소·고발 확산 등 부작용을 지적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