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적의무ㆍ책임을 개인에게 전가

예비군 훈련소집 통지서를 가족이 대신 받아 당사자에게 전달하지 않으면 처벌하는 옛 병역법 조항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26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구 병역법 85조의 '제6조에 따라 병력동원훈련 소집 통지서를 전달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전달하지 아니한 경우'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 사건 피고인 A 씨는 아들의 병력동원훈련 소집 통지서를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아들에게 전달하지 않았다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사건을 심리하던 대구지법은 2023년 3월 피고인에게 적용된 벌칙 조항 부분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 원칙에 위반된다며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위헌법률심판은 법률이 헌법에 합치하는가의 여부를 심판해 위반된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그 효력을 상실케 하는 제도다. 법원이 위헌법률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제청하면 당해 소송사건의 재판은 헌법재판소의 종국결정이 있을 때까지 정지된다.
헌재는 "병력동원훈련을 위한 소집 통지서 전달 업무는 정부가 수행하여야 하는 공적 사무"라며 "정부는 직접 전달 방식 외에도 우편법령에 따른 특별한 송달 방법이나 전자문서의 방식을 사용하여 병역 의무자에게 소집 통지서를 충분히 전달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세대주 등에게 소집 통지서를 전달할 의무를 위반하면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1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형사처벌까지 하고 있다"며 "정부의 공적 의무와 책임을 단지 행정사무의 편의를 위하여 개인에게 전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병역의무자의 세대주 등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소집 통지서를 본인에게 전달함으로써 훈련 불참으로 인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쓸 것임이 충분히 예상된다"며 "책임에 비하여 처벌이 지나치게 과도해 비례원칙에도 위반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