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포장재 원료 수급 우려도
업계 평균 영업이익률 5%내외 불과

빵, 과자, 라면에 이어 커피 제조사까지 가격 인하 대열에 합류하면서 식품업계 전반에 ‘물가 안정 협조’ 기류가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로선 수익성 위기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수입 원재료 의존도가 높은 산업 구조상 고환율과 원재료 가격 상승이라는 이중고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가격 인하는 사실상 기업 마진을 직접적으로 깎아내는 결정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동참하면서도 실적 악화를 방어해야 하는 식품 기업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25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이날 밀은 부셸당 585.7달러로 연초 대비 15.3% 오른 가격에 거래됐다. 팜유의 경우 전날 기준 톤(t)당 4515말레이시아링깃(약 1141.7달러)로 연초 대비 11.4% 상승했다. 이 밖에 콩, 치즈, 해바라기유 등이 연초보다 두 자릿수 높은 가격 상승률을 기록했다.
국내 식품기업들은 원재료 80% 이상을 수입해 가공하는 사업구조다. 가장 널리 활용되는 밀과 팜유 가격 상승세에 환율 강세까지 겹치며 원가 부담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원·달러 환율(주간거래 종가 기준)은 1월 2일 1441.8원에서 전날 1495.2원까지 치솟았다. 연초 대비 달러당 50원 이상 올랐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한 포장재 원료 수급도 비상이 걸렸다. 나프타는 식품 포장재 생산에 필수로 쓰이는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 페트병(PET) 등의 원료다. 식품업체들은 당장 보유한 재고 물량이 1~2개월 치에 불과해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포장재가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고, 곡물 등과 다르게 대규모 선물 거래하는 품목이 아니라 지정학적 리스크 장기화 시 원가에 가장 먼저 반영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상황 속 국내 식품기업들은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앞서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기업들은 빵과 케이크 일부 제품 가격을 인하했다. 파리바게뜨는 빵류 6종을 100원에서 최대 1000원까지 가격을 낮췄다. 뚜레쥬르는 빵과 케이크 등 17종 공급가를 평균 8.2% 내렸다. 라면업계도 잇달아 라면 값을 내렸다. 농심·오뚜기·삼양식품·팔도 등 주요 4개사가 봉지면 가격을 평균 4.6~14.6% 인하했고, 식용유 6개 업체도 3~6% 인하를 단행했다. 이제 커피 제조사까지 가격 조정 논의에 합류하면서 인하 대열은 가공식품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문제는 대부분이 '박리다매' 업종이란 점이다. 국내 식품 상장사의 영업이익률은 대체로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업계 평균 영업이익률은 5% 내외다. 1000원에 팔면 겨우 50원을 남기는 구조다. 라면과 빵 제조사들이 가격 인하에 나선 것은 제분·제당업체들의 밀가루, 설탕 등 담합 혐의가 적발된 영향도 크다.
일제히 가격 인하에 나섰지만, 업계의 속앓이는 이어지고 있다. 올해 수익성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담합 적발로 밀가루와 설탕 등의 기업 간 거래(B2B) 가격이 일부 내린 것은 사실이지만, 수입 원재료 값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물가 안정 기조에 당분간은 동참할 수밖에 없으니, 딜레마다. 식품기업 한 관계자는 “정부의 물가안정 의지가 강해 협조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면서도 “유가와 환율이 동반 상승하면서 수입·수출 제반비용이 늘고 있지만, 대응 수단이 마땅치 않다. 비축분 관리와 구매 시점 조율이 사실상 유일한 방법”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식품기업 관계자는 “중동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원재료의 원가 및 물류비에 있어 변동성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며 “지금 가격을 내렸지만 경영 상황이 더 악화하면 가격을 다시 올릴 수밖에 없는데, 가격 원상복귀 시 소비자 반응도 걱정이다. 영업이익 악화 시 주가 방어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