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사남' 제작비 절반은 모태...올해 출자는 감소 [1500만 왕사남, 모태자본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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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왕과 사는 남자' 포스터. (사진제공=쇼박스)

1500만 관객 고지에 오른 ‘왕과 사는 남자(왕사남)’를 계기로 모태펀드의 역할론이 커지고 있다. 극장 관람객 감소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의 자본 쏠림으로 제작 환경이 빠르게 악화되는 상황에서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모태펀드가 침체된 영화 산업을 떠받치는 ‘인내자본’으로 주목받고 있어서다. K-콘텐츠 산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투자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보완과 정책금융의 뒷받침이 지속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영화 '왕사남'은 제작 과정에서 51억원의 모태펀드 지원을 받았다. 순 제작비가 110억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절반에 가까운 정부 예산이 투입됐다. 한국벤처투자 관계자는 “창작자와 제작사, 배급사, 투자자가 함께 만들어낸 결과다. 한국 영화 산업이 다시 도약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상징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

모태펀드는 정부 출자금이 한국벤처투자의 모태펀드에 귀속되고 민간자본과 자펀드를 결성해 투자가 이뤄지는 구조다. 자펀드는 결성 후 5~8년가량 운용된 후 청산된다. 그간 영화계에선 '명량', '암살', '국제시장', '광해' 등이 모태펀드의 수혈을 받았다. 천만 영화 외엔 '범죄도시', '7번방의 기적', '은밀하게 위대하게', '도둑들', '감시자들', '건축학개론' 등 익숙한 영화들 뒤에 모두 모태펀드의 지원이 있었다. 사실상 투자를 받지 않은 영화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영화 제작비의 한 축을 담당했다. 2010년부터 올해까지 약 16년간 모태펀드 영화계정 출자액은 4000억원에 육박한다. 천만 관객을 동원한 한국 영화 25편 중 19편에 총 880억원의 모태자본이 투입됐다. 수익률 역시 좋았다. 영화 '도가니'의 경우 모태펀드 자금 24억원이 투입돼 256%의 수익률을 거뒀고, 써니는 26억원을 들여 254%의 수익을 거뒀다. 범죄와의 전쟁도 23억원의 모태펀드로 16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에는 인내자본의 역할이 더 확대됐다. 과거 모태펀드가 이미 흥행이 예견된 상업영화에 예산을 투자하는 게 맞냐는 비판에 직면하면서 투자의 축을 독립영화와 저예산 영화로 옮겨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이후 영화 산업은 극장 관람객 감소와 중·대형 영화 제작 축소, OTT 중심 시장 재편의 직격탄을 맞았다. 제작비는 늘었지만 반대로 흥행 불확실성은 커지면서 민간 자본이 빠져나갔다. 영화계는 투자·제작·배급 전반이 축소되는 구조적 침체에 들어갔다. 모태펀드는 이런 투자 공백을 채우며 사실상 영화 투자의 저수지 역할을 해왔다.

최근 영화 산업 전반의 부진과 제작 현장에 돈줄이 마르는 점을 고려할 때 모태펀드의 안전판 역할은 더 부각되는 분위기다. 노재승 대교인베스트먼트 전무는 “영화는 과거엔 안정적인 채권 같은 투자였지만 이제 그렇지 않다. 어떤 콘텐츠보다도 더 변동성이크다”고 설명했다. 한 벤처투자 관계자는 "OTT의 결과를 봐야겠지만 영화 '휴민트'의 극장 흥행은 예상에 미치지 못했다. 반면 왕사남은 흥행했다. 예측이 어렵다는 의미다. 민간자본이 영화 투자를 꺼리는 이유이자, 척박해진 투자 환경에선 모태펀드가 모범자본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전했다.

영화계에서 정부의 예산 확대로 심폐소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올해 모태펀드의 영화계정 출자 예산은 490억원으로 역대 최고액인 작년(598억원) 대비 18% 감소했다. 자펀드 결성 지연으로 출자가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서 예산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검토보고서를 살펴보면 작년 8월말 기준 영화계정의 자펀드 목표치는 5개였지만 결성된 자펀드는 없었다. 예결위는 "영화계정에 약 1379억원의 상당한 투자 여력이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벤처캐피털(VC) 업계에선 정책펀드 투자 순환과 민간자본 유입을 위한 펀드 구조 개선 등 제도적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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