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해결책은 호르무즈 해협 개방뿐”
황·비료·헬륨 등 주요 원자재 수급 비상
반도체·AI 부문도 악영향 우려

23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호주 캔버라 내셔널프레스클럽에 참석한 자리에서 “이번 위기는 1970년대 두 번의 오일쇼크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가스 충격을 합쳐놓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실제 미국과 이란 전쟁으로 전 세계 석유 공급량은 하루 1100만 배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과거 두 번의 오일쇼크 때 줄어든 것보다 많은 양이다.
비롤 사무총장은 “전 세계 정책 결정권자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며 전쟁에 관여한 국가들을 에둘러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전략 비축유 추가 방출을 아시아·유럽 국가들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물론 필요하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며 “상황을 지켜보고 시장을 분석 및 평가한 다음 회원국들과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비축유 방출은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라며 “이는 경제적 고통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문제에서 가장 중요하고 유일한 해법은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연다고 해도 상황이 빠르게 진전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현재 가장 큰 우려는 중동 에너지 인프라가 타격을 받으면서 역내 석유와 가스 생산이 장기간 중단될 수 있다는 점이기 때문이다. IEA는 중동 9개국에서 에너지 인프라 40곳이 심각하게 손상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는 단기 휴전이나 전쟁 종식과 무관하게 글로벌 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국제유가 등락 요인 중 하나였던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되더라도 에너지 관련 인프라가 재건될 때까지 고유가는 지속할 것으로 관측된다.
비단 유가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 경제 전문매체 마켓인사이더는 석유 외에 황과 비료, 헬륨 등 세 가지 원자재가 이번 사태로 공급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했다. 석유와 가스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인 황은 황산의 핵심 성분으로, 황산은 구리나 리튬 등 금속을 추출하는 데 활용된다. 황은 빠르게 늘어나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전기자동차 생산으로 인해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란 전쟁 발발 후 가격이 급등한 비료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 비료 교역량의 3분의 1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고 있어 전쟁이 길어지면 식품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소비지출 감소를 촉발할 수 있다. 흔히 행사 풍선에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는 헬륨은 반도체 제조의 핵심 요소다. 자칫 이란 전쟁으로 인해 반도체 가격이 오를 수 있고 이는 AI 업계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비롤 사무총장 역시 “석유화학 제품과 비료, 헬륨 같은 글로벌 경제 핵심 동맥 중 일부가 교역에 차질을 빚게 되면서 경제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