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민 모르게 바뀐 충전기⋯요금은 오르고 갈등은 커졌다 [전기차 충전, 약탈적 생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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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대의 중심 '깜깜이' 교체 구조⋯설명 요구 묵살 일상적
요금 인상 사례 빈번⋯입주민 "비싸도 선택의 여지 없어"
"사용 가능한 시설 바꾸면 리베이트 의혹 제기될 수밖에"

▲서울 시내 한 아파트 단지 내 전기차 충전구역에서 전기차들이 충전되고 있다. (서이원 기자 @iwonseo96)

전국 아파트 단지에서 전기차 충전기 교체를 둘러싼 입주민 갈등이 확산하고 있다. 입주자대표회의 의결만으로 교체가 가능한 구조 속에서 계약 과정이 공유되지 않고 요금은 인상되면서 불만이 커지는 모습이다.

2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인천 A 아파트는 기존 kWh당 약 150원 수준의 요금을 유지해왔으나 교체 이후 300원 수준으로 인상됐다. 사업자는 초기 이벤트 요금으로 149원을 제시했지만 일정 기간 이후 요금이 상승하는 구조로 5년 약정 조건이 적용됐다.

입주민들은 교체 배경과 계약 조건을 확인하기 위해 관리사무소와 입주자대표회의에 문의했지만 명확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일부 주민들은 “왜 문제를 제기하느냐”는 취지의 답변을 들었다며 교체 명분과 계약 과정이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서울 성동구의 한 대형 아파트도 최근 전기차 충전기 100여 개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사전 공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입주민들은 리베이트 의혹 해명과 계약서 공개를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관리사무소 측은 사익 추구 의혹을 부인했지만 논란이 커지면서 해당 관리소장은 결국 사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논란은 신축 단지에서도 정상적으로 사용 가능한 충전기가 조기 교체되는 사례가 늘면서 커지는 모습이다. 전기차 충전기는 최초 시공 이후 보증기간이 통상 3년 수준이지만 이후에도 큰 문제 없이 장기간 사용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민간 전기차 충전사업자 유입 이후 교체 필요성이 크지 않은 설비까지 교체되는 경우가 늘면서 의구심이 커지는 것이다.

특히, 준공 후 3년 이내 전면 교체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건설사가 설치한 충전기의 보증기간은 통상 3년인데 준공 후 2~3년 내 전면 교체가 이뤄지는 것은 흔치 않다”며 “보증기간 내 교체 시 건설사의 AS 책임이 사라져 입주민에게 불리한 구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교체 시점과 의사결정 과정, 실제 이용자의 불만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뚜렷한 문제 제기 없이 교체가 추진됐다면 리베이트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신축 단지에 설치된 충전기는 별도의 결함이 없는 한 교체할 필요가 없다”며 “민간 사업자는 전기를 판매해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초기 설치 단계에서 관리·운영 체계가 제대로 구축되면 추가 교체 없이도 충분히 운영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상황에서 조기 교체가 이뤄질 경우 설비 비용이 이중으로 발생하는 비효율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갈등의 근본 원인으로 의사결정 구조를 지목한다.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르면 기존 충전기를 철거하거나 교체할 경우 시장·군수·구청장 신고 절차를 거치면 되며 입주민 전체 동의는 의무 사항이 아니다. 이 때문에 관리사무소와 입주자대표회의 중심으로 교체 여부와 사업자 선정이 결정되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 이 과정에서 입주민 참여가 제한되고 계약 내용 공유도 부족해 정보 비대칭이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입주민 투표가 이뤄지더라도 세부 계약 구조를 충분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기차 충전 구조상 소비자 선택권이 제한된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전기차 이용자 A씨는 “기존 사업자에서 다른 업체로 바뀐 이후 초기에는 저렴하게 공급하다가 이후 정상 요금으로 전환되면서 이전보다 요금이 올랐다”며 “체감상 kWh당 40~50원 정도 상승한 것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주유소처럼 가격이 저렴한 곳을 선택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 단지 내 설치된 특정 사업자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며 “사실상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토로했다.

시민 사회에서도 현행 의사결정 구조의 한계를 지적한다. 정택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국책사업팀장은 “의사결정 과정이 불투명하다 보니 일부 업체가 그 빈틈을 노려 리베이트를 제공할 가능성도 있다”며 “결정 사항에 대해 주민들이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결정의 투명성과 주민 참여를 높이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인한 한국전기차인프라서비스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충전기 교체 시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소장이 업체를 선정하는 구조라 투명성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리베이트가 있으면 법적 책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희창 법무법인 센트로 변호사는 “입주자대표회의 등이 구성원의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통해 특정 업체에 이익을 주고 그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다면 업무상 배임 혐의가 성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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