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10억에도 대기 1년”…‘도심형 서비스 주거’ 뜬다 [도심 상륙한 ‘실버 주택’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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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부머 세대 고령층 주류로 부상
병원ㆍ쇼핑ㆍ문화시설 밀집지역 선호
주거개념 소유→서비스로 진화 양상
수십억 보증금 주거서비스 구독 인기

▲'더 클래식 500' 스위트룸 내부 모습. (더 클래식 500)

보증금 10억원에 월 생활비 500만원. 웬만한 강남 아파트 전셋값을 웃도는 수준이지만 빈 방이 없다. 입주를 원할 경우 대기에 최소 1년 이상 소요되지만, 전화 문의는 끊이지 않는다. 서울 광진구 소재 하이엔드 시니어 레지던스 ‘더 클래식500’ 이야기다. 과거 한적한 외곽 전원생활을 꿈꾸던 은퇴 세대의 로망은 옛말이다. 이제 시니어 주거 시장의 핵심 키워드는 ‘서울 도심’과 ‘인프라’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민국이 본격적인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면서 시니어 주거 시장의 판도가 급변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1월 기준 국내 65세 이상 인구는 1084만822명으로 전체 인구의 21.21%를 넘어서며 초고령 사회로 본격 진입했다.

시니어 인구의 바뀐 취향도 돋보인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고령층의 주류로 부상하면서 도심 외곽으로 주거지를 옮기던 과거의 은퇴 공식이 깨지고 있다. 이들은 병원, 쇼핑몰, 문화시설이 밀집한 서울 한복판에서의 삶을 고수한다.

수요의 흐름은 통계로도 증명된다. KB금융의 ‘2025 골든라이프 보고서’에서 전국 주요 도시에 거주하는 25~74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결과 ‘살던 집과 동네에서 계속 살고 싶다’는 응답이 80.4%에 달했다. 이는 2년 전인 2023년(66.1%)보다 14.3%포인트나 상승한 수치다. 특히 이들이 정의하는 ‘동네’의 범위는 도보 30분 이내로 매우 구체화됐다. 의료 시설과 교통망이 갖춰진 기존 생활권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욕구가 그만큼 강하다는 방증이다.

시장의 뜨거운 온도는 현장에서 확인된다. 건국대 법인이 운영하는 서울 광진구의 ‘더클래식500’은 1~2인 기준 보증금 10억원, 공동관리비·세대관리비·식사비까지 합친 실제 월 비용이 1인 기준 600만원 안팎 수준에 달하는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장기 대기 행렬이 줄을 잇는다. 롯데건설이 시공에 참여한 강서구 마곡지구의 ‘VL르웨스트’ 역시 보증금이 최고 23억원 수준까지 치솟았지만, 도심형 시니어 주거에 목마른 수요자들이 몰리며 시장의 화력을 입증했다. 천문학적인 보증금을 기꺼이 지불해서라도 서울의 인프라를 향유하겠다는 자산가층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최근에는 시니어 세대 주거의 개념이 ‘소유’나 ‘장기 점유’를 넘어 실시간 ‘서비스 소비’로 진화하는 양상도 포착된다. 여의도 이그제큐티브 아파트먼트 메리어트가 선보인 ‘골든 시니어’ 패키지가 대표적이다. 55세 이상을 겨냥해 월 단위로 장기 투숙하며 호텔의 모든 인프라를 누리는 모델이다. 수십억원의 목돈을 보증금으로 예치하는 대신 월 단위로 주거 서비스를 ‘구독’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한 것이다.

결국 현재 시니어 주거 트렌드는 초고령사회 진입과 시니어층의 생활권 잔류 욕구의 확대, 부족한 공급 등이 맞물리며 핵심 주거 트렌드로 올라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초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고령층이 도심을 떠나지 않은 채 현재 생활권 안에서 노후를 보내려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도심형 시니어 주거의 강점은 대중교통 접근성, 대형병원 이용 편의, 쇼핑·문화 인프라, 자녀·지인과의 관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주택을 보유한 상태에서 추가 분양을 받는 데 대한 부담이 큰 만큼 매입형보다는 보증금이나 월 비용을 내고 거주하는 전월세형·서비스형 모델이 더 선호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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