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소비 줄어도 SPA 판매량은 두 자릿수 증가
가성비는 기본, 차별화 상품 경쟁력이 성패 좌우

고유가·고환율·고물가 등 ‘3고’ 현상이 지속하면서 소비심리가 위축되는 가운데 가장 먼저 지갑이 닫히는 분야는 패션이다. 하지만 업황 침체에서도 두각을 드러내는 곳은 있기 마련이다. 패션업계에선 SPA(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 제조·유통 일원화) 브랜드가 그렇다. ‘패스트 패션’으로도 불리는 SPA는 중간유통 과정을 생략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 최대 강점이다. 여기에 디지털과 인공지능(AI)을 접목한 물류 혁신으로 재고 효율을 극대화하고 MZ세대를 겨냥해 맞춤형 소비와 트렌드를 리드하는 것도 장점이다. 이처럼 SPA 브랜드는 불황에 강한 업종으로 매년 성장, 조용히 외형을 키워가고 있다.
15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국내 SPA 시장은 200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커지기 시작했다. 2005년 일본 ‘유니클로’가 국내에 진출했고 2008년 스페인 ‘자라’, 2010년 스웨덴 ‘H&M’이 잇달아 상륙했다. 뛰어난 가성비가 강점이었지만 이들 브랜드는 한국인 체형에는 다소 이질감이 있었다. 토종 SPA 브랜드 요구가 커지면서 2009년 이랜드 ‘스파오’, 2012년 신성통상 ‘탑텐’과 제일모직(현 삼성물산패션부문) ‘에잇세컨즈’ 등이 속속 론칭하며 시장이 커졌다.

하지만 2010년대 후반 ‘플렉스’ 소비 트렌드에 힘입어 명품 수요가 커지고 친환경 패션이 주류로 부상하면 SPA 브랜드는 다소 침체를 겪었다. 그러다 최근 소비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면서 다시 SPA 시장이 부흥하고 있다. ‘무신사 스탠다드’ 등 후발주자가 의욕적으로 시장에 진출한 것도 요인이다. 2010년대 초반 1조3000억원 규모였던 SPA 시장은 현재 5조원까지 커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기준 주요 SPA 브랜드(유니클로 1조3500억원, 탑텐 9000억원, 스파오 6000억원, 무신사 스탠다드 4700억원, 에잇세컨즈 3000억원)의 합산 매출액만 봐도 3조원이 넘는다.
특히 올해 SPA 브랜드가 패션 시장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고물가에 따른 합리적인 소비문화확산 △브랜드보다 스타일링을 더 주목하는 트렌드 △친환경 화두로 재고 최소화 요구 등을 꼽을 수 있다. 다만 다이소 등 초저가 의류부터 글로벌 브랜드의 반격 등으로 시장 경쟁 구도도 더욱 빠르게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중동 전쟁 등 경제 불확실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가성비를 기본값으로 삼는 SPA 브랜드의 성패는 결국 차별화한 정체성과 상품 경쟁력이 될 전망이다. 이에 본지는 5회에 걸쳐 국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SPA 브랜드의 성공 방정식을 짚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