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2000원 육박에 빼든 초강수…일각선 "공급망 왜곡" 부작용 우려
정부가 요동치는 기름값을 잡기 위해 이번 주 '석유 최고가격 지정제(최고가격제)'를 전격 시행한다.
가장 유력하게 검토되는 방식은 아시아 시장의 벤치마크인 싱가포르 현물 시장 가격(MOPS) 등 국제 시세에 일정 마진만을 더해 정유사의 공급가 상한선을 직접 묶는 것이다.
정부는 가격 통제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해 정유사의 물량 빼돌리기를 차단하는 '매점매석 고시'를 발동하는 동시에 통제로 인한 정유사의 손실을 국가가 보전해 주는 방안도 추진한다.
10일 산업통상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 같은 세부 내용을 담은 석유 최고가격제 고시 제정 절차에 착수해 이번 주 내에 제도를 본격 시행할 방침이다.
이번 최고가격제는 주유소의 최종 판매가가 아닌 '정유사 공급가'를 정조준한다. 직영, 자영, 알뜰주유소 등 유통망의 형태가 다양하고 지역별 임대료나 물류비 차이가 커 일괄적인 소비자가격 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가격 형성의 출발점인 정유사 공급가에 2주 단위로 상한을 둬 원가 부담을 낮추는 방식이 거론된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몇주간의 싱가포르 현물 시장 가격 평균에 일정 마진을 더해서 정유사가 팔 수 있는 최고가를 정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가격 통제 시 필연적으로 우려되는 '공급 부족' 사태를 막기 위한 안전장치도 마련할 방침이다. '매점매석 고시'를 통해 정유사가 생산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반드시 국내 시장에 판매하도록 의무화할 계획이다. 상한제를 피해 물량을 창고에 쌓아두거나 단가가 높은 해외 수출로 돌리는 행위를 원천 차단해 국내 수급 안정을 꾀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규제로 인해 정유사가 입게 될 손실에 대한 보전 방안도 검토한다.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제23조에는 최고가격을 통제받은 사업자의 손실을 국가가 보전해 줄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정부는 정유업계 손실 보전에 필요한 재정 소요 시뮬레이션 작업을 이미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1997년 유가 자유화 조치 이후 30년 가까이 사문화됐던 시장 개입이라는 극약처방을 꺼내든 배경에는 임계점을 넘은 국내 기름값이 자리 잡고 있다. 최근 미국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뚫으면서 전날 오후 4시 기준 서울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는 리터(ℓ)당 1949원을 넘어서며 2000원 선을 위협하고 있다. 경유 역시 1971원까지 치솟았다.
국제 시세 급등에 주유소들의 선제적 가격 인상까지 겹쳐 상승 폭이 커지자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과도하게 인상된 석유 제품에 대해 최고가격 제도를 신속하게 도입하고 과감하게 시행하라"고 강력히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유가 상승 장기화에 대비해 유류세 추가 인하와 소비자 직접 지원 방안도 함께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정부는 현재 약 4개월분으로 추산되는 실질 비축유 가용 물량을 보완하기 위해 아랍에미리트(UAE) 등 전략적 협력 관계에 있는 국가들을 통해 추가 물량 확보에 나서며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최고가격제가 정유사가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를 만들어 국내 물량의 해외 유출 등 공급망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는 만큼 가격을 억지로 막기보다는 유류세 인하나 에너지 절약 유도 등 유연한 대응이 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