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환율·증시 동시 폭발…‘3중 충격’에 휩싸인 시장 [오일-달러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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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6% 급락·…사이드카·서킷브레이커 잇따라 발동
원·달러 환율 1495.5원…금융위기 이후 최고치
호르무즈 봉쇄에 유가 120달러 근접
韓 제조업 복합 압력 직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면서 국내 경기에도 여파를 줄 수 있다는 우려에 코스피와 코스닥이 크게 떨어진 9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 모니터에 코스피 등 시황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333.00포인트(5.96%) 내려앉은 5251.87에 마감했다. 코스닥은 전 거래일 대비 52.39포인트(4.54%) 하락한 1102.28에 거래를 마쳤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9.1원 오른 1495.5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란 전쟁 격화로 1970년대 오일쇼크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한국과 세계 금융시장이 국제유가와 달러 가치 급등, 증시 급락이라는 ‘3중 충격’에 휩싸였다. 에너지 가격 급등이 무역수지 악화와 원화 약세를 동시에 자극하는 구조 속에서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제조업도 비용 증가와 공급망 불안이 겹치는 복합 압력에 직면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이번 주 안에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하기로 하는 등 비상 대응에 나섰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333.00포인트(5.96%) 급락한 5251.87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은 52.39포인트(4.54%) 내린 1102.28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는 장 초반 8% 넘게 폭락하면서 5분간 프로그램 매도호가의 효력을 일시 정지하는 ‘사이드카’에 이어 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서킷 브레이커’까지 발동됐다. 4일 첫 발동 후 불과 3거래일 만에 올해 두 번째 발동이다. 서킷브레이커는 코스피에선 2001년 미국 9·11 테러,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등 이번을 포함해 역대 8번만 발동됐다. 코스닥도 장중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했다.

아시아증시도 동반 하락했다. 일본 증시 닛케이225지수가 5.20%, 대만 증시 자취안지수가 4.43% 각각 급락 마감했다. 중국 증시 상하이종합지수는 0.67% 하락으로 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가파르게 올랐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주간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1495.5원으로 전 거래일보다 19.1원 올랐다. 환율은 주간거래 종가와 장중 고가 기준으로 모두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2일(종가 1496.5원·장중 1500.0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제유가가 심리적 저항선인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면서 시장에 패닉을 불러 일으켰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와 브렌트유 가격은 이날 아시아시장에서 나란히 배럴당 110달러를 넘어선 것은 물론 120달러에 근접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한때 전 거래일 대비 31% 폭등해 119.48달러까지 치솟았다. WTI가 30% 이상 뛴 것은 1988년 말 이후 처음이다.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가격도 장중 28% 뛴 배럴당 119.50달러까지 올랐다. 원유 가격이 배럴당 110달러를 돌파한 것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글로벌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중동 주요 산유국들이 잇따라 감산에 나서 공급 불안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와 쿠웨이트는 원유 저장 시설이 한계에 가까워지면서 감산에 돌입했고, 이라크 역시 지난주 일부 원유 생산 중단에 착수했다.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성장 둔화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싱가포르 화교은행(OCBC)의 심 모 시옹 전략가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일주일간 선박 운항이 중단되면서 에너지 충격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면서 “유가와 미국 달러 가치, 글로벌 국채 금리가 동시에 오르면서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을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유가 급등으로 대외 수지와 제조업 채산성이 동시에 악화하는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한국무역협회는 국제유가가 10% 오르면 수출은 0.39% 감소하고 수입은 2.68%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산업 원가는 0.38% 오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제조업(0.68%)은 원재료와 물류, 전력, 연료 비용이 동시에 반영되면서 충격이 훨씬 크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유가가 150달러까지 오르면 한국 경제성장률이 0.8%포인트(p) 떨어지고 소비자물가는 2.9%p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경상수지는 767억달러(약 113조9600억원) 줄어든다고 내다봤다.

한국은 주요 경쟁국과 비교해 원유 의존도가 유난히 높다. 지난해 기준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1만달러를 창출하는 데 평균 5.63배럴의 원유를 소비하는 구조로 경제의 원유 의존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경제 규모는 세계 12위지만 원유 소비량은 7위에 이르는 구조여서 국제유가 상승의 충격이 상대적으로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공급망 리스크가 겹친다. 우리나라 수출에서 중동 비중은 3% 정도지만 중동을 대상으로 수출하는 기업은 1만4000여 개사로 전체 수출기업 수의 14%에 달한다. 에너지 이슈 등 수입에서 직간접 영향도 크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중동 및 인근 국가 수입의존도가 70% 이상인 즉각관리 대상 수입품목은 41개에 이른다. 사우디아라비아산 원유, 튀르키예산 니켈 매트와 정련동, 이스라엘산 요오드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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