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중동 정세 악화로 유류값이 급등하자 이번 주 내로 ‘석유 최고 가격제’를 시행한다. 유류세 인하 폭 확대와 소비자 직접 지원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달러당 1500원에 육박하는 환율 여파가 겹쳐 금융시장이 출렁이자 100조 원 규모의 시장 안정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정부와 중앙은행 차원의 추가 대응책도 선제적으로 준비할 방침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9일 청와대에서 '중동 상황 관련 비상경제점검회의'를 열고 금융·외환시장 변동성과 에너지 가격 상승 등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을 점검했다. 이 대통령은 "중동 지역 위기가 심화되면서 대내외 경제 환경의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면서 "특히 글로벌 무역과 중동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상당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정부는 조만간 석유류 제품에 대한 ‘최고가격제’를 시행할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석유사업법에 근거해 이번 주 내 고시 제정 등 절차를 마칠 계획이다. 중동 사태의 파급력이 긴박하게 전개되자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지난 30년간 사실상 사문화됐던 ‘가격 상한제’ 카드까지 꺼내 든 것이다.
최고가격제도가 시행되면 산업부 장관이 판매 가격의 최고액을 직접 지정하며 위반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와 함께 초과 수익 전액이 국가로 환수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제재 범위나 지정 내용 등은 준비를 마치는 대로 즉시 발표하겠다"고 했다.
금융ㆍ외환 시장에 대한 정부 차원의 비상대응 방안도 논의됐다. 이 대통령은 "100조원 규모로 마련돼 있는 시장 안정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정부와 중앙은행 차원의 추가 조치도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국은행은 '물가 안정’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한은은 이날 오전 유상대 부총재 주재로 '중동사태 상황 점검 TF' 회의를 열고 중동 상황이 국내 금융·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을 논의했다. 한은은 이란 공습 등 중동발 긴장이 고조화되자 3일부터 TF를 가동하고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 등 해외사무소를 중심으로 24시간 모니터링 체제를 가동 중이다.
국제결제은행(BIS) 총재회의 참석 차 스위스 바젤을 방문 중인 이창용 총재를 대신해 회의를 주재한 유 부총재는 "현재 금리와 원화 환율이 우리 경제 펀더멘털과 괴리돼 과도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면서 "필요 시 적절한 시장 안정화 조치를 실시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청와대는 유가 급등에 따른 불공정 행위를 집중 단속하고 소비자 부담 완화 대책 마련도 주문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비상경제점검회의 관련 브리핑에서 "실효성 있는 제도 시행을 위해 시장에 경쟁을 제한하는 요소는 없는지, 담합이나 세금탈루 등 시장 교란이나 불법 행위는 없는지 국세청 등을 중심으로 면밀히 들여다보겠다"며 "정유사 담합 여부, 주유소 가격 조사, 세무 검증, 가짜석유 적발을 위한 현장 점검 등에 관계 기관이 적극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유류세 인하 폭 확대 조치, 유류 소비자 직접 지원 조치 등 경제 주체들의 부담 완화 방안에 대해서도 폭넓게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