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스테이블코인 지배 속 통화 주권 논쟁 확산
원화 스테이블코인, 김치 프리미엄 완화 기대와 자본 유출 리스크 공존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빠른 속도로 팽창하는 중이다. 미국 규제 완화와 인공지능(AI) 에이전트 경제 확산이 맞물리며 디지털 결제 인프라로서의 역할이 확대되는 흐름이다. 다만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중심 구조가 굳어지면서 각국의 통화 주권 논쟁도 동시에 커졌다.
5일 디파이 통계 플랫폼 디파이라마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은 한 달 전 대비 3.26% 상승한 3108억4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미국 규제 완화와 인공지능(AI) 에이전트 경제 확산이 맞물리며 성장세는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최근 일부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의 결제·정산 기능을 인정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증권사 등 브로커-딜러는 일정 요건을 충족한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자산 가치의 2%만 위험 요인으로 차감(헤어컷)해 자본으로 계산할 수 있다. 기존에는 사실상 100% 헤어컷이 적용돼 자본에서 제외됐지만, 규정 변경으로 보유 스테이블코인의 약 98%를 규제 자본으로 인정받게 됐다.
AI 에이전트 확산도 스테이블코인 수요 확대 요인으로 꼽힌다. AI가 서비스 이용과 결제까지 스스로 처리하는 환경에서 즉시 전송과 자동 결제가 가능한 스테이블코인이 효율적인 결제 수단이라는 분석이다. 양현경 iM증권 연구원은 “스테이블코인은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즉시 전송이 가능하고 스마트컨트랙트를 통해 조건부 지급과 자동 분배 구현이 가능하다”라며 “AI 에이전트 경제에 최적화된 결제 수단”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USDT(59.10%)와 USDC(24.55%) 등 달러 기반 자산이 80% 이상을 차지하는 구조다. 이러한 달러 편중 구조는 각국의 통화 주권 논쟁으로 이어진다. 유럽중앙은행(ECB)은 3일(현지시간) 워킹페이퍼를 통해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지배 구조에 대한 정책적 우려를 제기했다.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유로존 내 결제 수단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될 경우 미국 통화정책이 유로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우려는 한국에도 동일하게 제기된다. 국내에서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과 디지털 통화 주권 확보 필요성을 둘러싼 논의가 확대됐다. 전일 열린 가상자산위원회에서도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지만, 은행 중심 발행 구조를 둘러싼 규제 논쟁 속에 구체적인 정책 방향 정리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결제 인프라가 잘 갖춰진 국내 환경 특성상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이 일반 소비자에게 즉각적인 체감 효과를 제공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국경 간 거래 영역에서는 상당한 잠재력이 기대된다. 토스인사이트는 이달 보고서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기존 은행 송금망(SWIFT)을 거치지 않는 실시간 국경 간 결제를 가능하게 하고 국내외 거래소 간 실시간 차익거래를 통해 고질적인 ‘김치 프리미엄’을 구조적으로 완화할 잠재력을 지닌다고 분석했다.
다만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전통 외환시장과 병행하는 ‘그림자 외환시장’을 확대해 위기 시 이중 환율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개인 간(P2P) 송금과 개인 지갑을 활용한 ‘디지털 자본 유출’이 외환 감시망을 우회해 국제수지 통계를 왜곡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