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면 끝?…‘나쁜 규제’ 걸러낼 안전망은
“일몰제, 형식은 갖췄지만…실질 평가는 과제”

선의로 도입된 규제가 예상치 못한 비용과 시장 왜곡을 낳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입법 전·후 효과를 체계적으로 점검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의원입법에 대한 사전 영향평가 도입과 법 시행 이후 의무적 사후 평가, 실효성 있는 규제 일몰제 운영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24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규제 성격의 법안에 대한 영향평가 체계는 ‘정부입법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영향평가는 법 통과 전 예상 효과를 따지고, 시행 이후 실제 성과를 점검하는 입법 검증 장치다. 행정규제기본법에 따라 정부가 규제를 신설·강화할 경우 규제 필요성, 대안 존재 여부, 비용·편익, 중소기업 및 경쟁 영향 등을 분석해야 한다. 반면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안에는 이러한 사전 분석 절차가 의무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
문제는 국회에서 처리되는 법률 대부분이 ‘의원입법’이라는 점이다. 제21대 국회 발의 법률안의 93%가 의원발의였고, 제22대 국회에서도 그 비중은 9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규제적 내용을 포함하더라도 별도의 영향 분석 없이 입법이 이뤄질 수 있는 구조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라기원 한국법제연구원 박사는 “의원입법 비중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입법 영향에 대한 검토·분석 절차가 부재한 것은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규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입법 주도권이 정부에서 국회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제도적 보완이 없다면 입법의 정합성과 질적 수준이 흔들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회에는 규제 성격의 의원입법에 영향분석을 의무화하는 국회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지만, 제도 설계와 강제 여부를 둘러싼 이견으로 논의는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민창 조선대 복지행정학부 교수는 “관련 법안이 (회기 종료로 폐기됐다 재상정되면서) 10년째 계류 중”이라며 “입법 단계에서 규제가 사회에 미칠 영향을 데이터로 축적하고 관리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후 점검 체계 역시 제한적이다. 행정기본법은 법제처가 필요할 경우 시행 중인 법령을 대상으로 입법영향분석을 실시할 수 있도록 근거를 두고 있다. 다만 이는 일부 법률을 선정해 연간 2~3건 수준으로 수행하는 선별적 제도다. 모든 법안을 일정 기간 이후 의무적으로 평가하는 구조는 아니다.
라 박사는 “중요 쟁점이 부각되면 법률이 빠르게 제정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후 실제 효과를 체계적으로 점검하는 절차는 충분하지 않다”며 “국민이나 수범자가 겪는 부담을 문제 제기하기 쉽지 않은 만큼, 법 시행 이후 영향을 의무적으로 점검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입법에 대해서는 규제 일몰제가 일정 부분 사후 점검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규제 일몰제는 권리 제한이나 의무 부과 성격의 규제에 존속기한 또는 재검토 기한을 설정하고, 기한 도래 시 존치 여부를 심사하는 제도다. 다만 재검토기한이 도래해도 관행적으로 연장되는 경우가 적지 않고 존속 판단의 기준과 심의의 객관성 역시 과제로 남아 있다. 규제정보포털 ‘2024년 규제개혁백서’에 따르면 규제합리화위원회는 2024년 재검토기한이 도래한 규제 740건을 심사해 191건을 정비했다.
이 교수는 “재검토 기한이 도래한 규제는 존치 필요성을 원점에서 검토하고,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규제는 과감히 폐지하는 문화가 필요하다”며 “규제의 비용과 효과가 유기적으로 맞물리도록 제도가 설계돼야 신뢰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