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에도 달러화 공급 부족 현상이 반복되자 정부와 한국은행, 국민연금이 외환(FX) 운용 체계 전반을 손보는 논의에 착수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한은–국민연금 간 외환스왑 체계 변화와 해외자산에 대한 '환율 중립' 운용체계 도입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9일 글로벌 투자은행(IB)인 씨티그룹 김진욱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경제: 외환 관련 자본 이동 흐름 점검' 보고서를 통해 "정부 주도의 국민연금 새 운용체계 논의 과정에서 해외채권에 대한 상시적 환헤지(permanent FX hedge)를 도입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 따르면 해외채권은 국민연금 전체자산의 8% 수준이다. 국민연금은 수익성 측면에서 자연 헤지' 전략에 힘을 싣기 위해 2017년부터 해외 채권 환헤지를 전면 중단해왔다. 그러나 최근 환율 급등 속 해외채권이 주식 대비 환율 변동에 민감하다는 점에서 상시 환헤지 등 조치가 외환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국내 경상수지 흑자와 달러화 공급 부족 괴리에 대해 주목했다. 그는 "12월 경상수지 흑자는 월간 사상 최대인 187억달러였지만, 수출대금 미환전(외화예금)과 정부부문 해외투자 확대(-100억달러)로 달러 공급이 오히려 72억달러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실제 2025년 12월 국민연금과 한국투자공사 등을 중심으로 정부부문은 해외투자를 47억달러 늘렸다. 연간 누적 투자규모로는 476억달러에 달했다.
한은과 국민연금 간 외환스왑을 통한 전략적 환헤지는 올 상반기까지 이어진 뒤 하반기 이후 외환 여건에 따라 이를 점진적으로 되돌릴 가능성도 제기됐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국민연금 해외투자 과정에서 발생하는 단기 달러 수요를 한은이 흡수해 외환시장 변동성을 완화하는 안전판 역할을 당분간 이어갈 여지가 크다"면서 "다만 향후 경상수지 흑자와 한국 채권의 WGBI 편입 이슈 등에 따른 외국인 채권자금 유입이 본격화될 경우 정책적 FX 공급 필요성이 낮아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올해 국민연금의 잠재 달러 수요는 370억달러 안팎으로 예측됐다. 다만 기존 해외자산에서 발생하는 배당 및 이자수입(170억달러) 등을 반영하면 실제 달러 수요는 200억 달러 가량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정부는 5일부터 기획재정부, 국민연금, 한국은행과 함께 '국민연금기금 새 프레임워크(New Framework)' TF를 본격 출범해 국민연금의 외환 운용 방식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 이번 TF에서는 △국민연금의 오픈 FX(무환헤지) 정책 재검토 △외환 조달 방식 다변화(외화채 발행 등) △환율 변동과 무관한 성과평가·보상체계(환율 중립) 도입 등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