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준금리 정책 변화 예상…한국은행 고민 더 깊어지나 [케빈 워시 지명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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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금통위원들이 15일 기준금리 결정을 위한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은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케빈 워시 전 연방준비제도 이사를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 지명하면서 글로벌 통화정책 환경이 다시 요동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운용을 둘러싼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 자체보다는 이 같은 불확실성이 한은의 판단에 어떤 제약으로 작용할지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1일 관계 부처 등에 따르면 워시 후보자가 가파른 기준금리 인하를 지지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으로 함께 거론됐던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보다는 덜 비둘기파적인 인물로 평가되며 통화정책에 있어 일정한 원칙과 신중함을 중시해 온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성향은 근래 한은이 보여 온 통화정책 기조와도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은 내부에서는 2024년 10월부터 이어져 온 금리 인하 사이클이 사실상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을 부인하지 않는 분위기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30원대까지 내려왔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주택가격 상승세도 안심하기 이르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가계부채 부담이 누적된 상황에서 추가 기준금리 인하는 대출 수요와 자산가격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이 한은의 정책 판단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같은 기류는 금융통화위원회의 최근 결정에서도 확인된다. 금통위는 지난달 15일 열린 올해 첫 통화정책방향 회의 의결문에서 기존에 사용해 온 ‘금리 인하 가능성’이라는 문구를 삭제했다. 3개월 후에도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2.50%로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 금통위원은 6명 중 5명으로 지난해 11월 회의 당시의 3명보다 늘었다.

미국 통화정책 변화 가능성은 여전히 한은에 부담이다. 연준이 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글로벌 완화 흐름 속에서 한은 역시 동조 인하 압력에 직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미 금리 격차 확대에 따른 부담은 다소 완화될 수 있지만 ‘미국이 내리면 한국도 따라야 한다’는 시장의 정책 기대가 형성되는 점은 오히려 한은의 정책 자율성을 제한할 수 있다.

선제적인 판단도 어렵다. 미국의 금리 인하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그 속도와 기준이 불투명한 만큼 환율과 부동산, 가계부채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한은으로서는 신중한 스탠스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많다.

미 기준금리 정책 변화 국면은 한은에 인하 압력과 인하 부담을 동시에 안기는 구조로 만들고 있다. 경기 부양 필요성은 커지고 있지만 금융안정 관리와의 충돌로 실제 정책 실행은 늦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한은의 고민은 당분간 더 깊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경제전문가는 “현재 금융시장이 느끼는 불안의 핵심은 완화 정책에 대한 기대가 아니라 차기 연준이 어떤 기준과 원칙으로 정책을 결정할지에 대한 불확실성에 있다”며 “워시 지명은 연준이 더 완화적으로 변할 것이라는 신호라기보다는 정책 방향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오히려 키우는 요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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