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자금 ‘모태·성장’ 투트랙… 150조 펀드 운용사 선정 속도 [정책 펀드, 성장의 조건 上-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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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전경 (출처=한국산업은행)

정부가 벤처·중소기업 정책자금 지형을 ‘모태펀드’와 ‘국민성장펀드’의 양대 축으로 재편한다. 마중물 성격의 모태펀드가 초기 투자 저변을 넓히고, 스케일업(투자 규모 확대)과 전략 산업 투·융자를 집행하는 국민성장펀드가 후속 자금을 공급하는 구조다. 효율적인 성장 산업 투자를 위해 국민성장펀드를 운용할 운용사 선정 작업에 속도를 내고, 모태펀드 자금도 예년에 비해 크게 늘렸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산업은행이 주관해 총 7조4500억원 규모로 조성하는 국민성장펀드 간접투자분야 재정모펀드 위탁운용사(GP) 모집에 5개 자산운용사가 참여했다. △한국성장금융 △미래에셋자산운용 △신한자산운용 △우리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등 총 5개사가 경합한다. 산은은 서류심사와 현장실사, 구술심사를 거쳐 내달 최종 모펀드 GP 4곳을 선정, 4월 내 모(母)펀드 결성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GP로 선정된 운용사는 다시 자(子)펀드를 운용할 사모펀드운용사(PE)와 벤처캐피털(VC)을 선정해 최종 혁신 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이번 재편은 초기 단계에서는 실패를 감내하며 투자 저변을 넓히고, 성장 단계에서는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프로젝트와 기업을 선별해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정책 역할을 구분한 데 특징이 있다. 간접 출자와 직접 지분 투자 등 집행 수단을 다변화하면서, 지원 대상도 성장 단계에 맞춰 나눠 설계하는 방식이다. 창업·성장·인프라 투자를 한꺼번에 묶던 기존 접근에서 벗어나, 단계별로 집행 수단과 평가 기준을 정교하게 설계하려는 계획이다.

자금이 커진 만큼 간접 출자·직접 지분 투자 등 트랙별 심사 방식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전략 산업’과 ‘메가 프로젝트’ 같은 키워드가 선언적 표현에 그치지 않고 실제 심사 잣대로 구체화할 것으로 본다. 기술 경쟁력뿐 아니라 인프라·공급망 기여도, 민간 자본의 추가 유입 가능성 등이 함께 평가될 가능성이 크다. 기업은 정책 키워드에 맞추기보다, 민간 투자자가 납득할 수 있는 수익 모델과 성장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모태펀드 판도 대폭 커진다. 지난해 정부부처가 투입한 모태펀드 출자액은 본예산 기준 1조 원이다. 여기에 추가경정·회수재원을 더해 총 2조2000억 원을 출자했고, 이를 바탕으로 4조9000억 원 규모의 벤처펀드를 결성했다. 올해는 본예산만 1조5000억 원으로 늘었고, 중소벤처기업부 회수재원 재투자분까지 합치면 ‘2조3000억 원+α’ 수준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1차 정시 출자 목표액만 4조3000억 원에 이르러 연간 결성 규모가 전년을 웃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모태펀드 출자 예산의 3분의 1가량(5500억 원)은 인공지능(AI)·딥테크 유니콘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넥스트 유니콘 육성 프로젝트’에 투입된다. 이를 통해 결성되는 벤처펀드는 1조3000억 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민·관 합동으로 600억 원 이상을 투·융자하는 유니콘 펀드를 신설, 5개 안팎 기업에 3000억 원을 지원하고, 글로벌화를 지원하는 ‘해외진출’ 펀드도 2500억 원 이상 신규 조성한다.

지역에서도 유니콘이 나올 수 있도록 ‘지역성장펀드’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2300억 원을 출자한다. 올해를 시작으로 매년 4개 내외 지역에 모펀드 4000억 원, 자펀드 7000억 원 이상을 조성해 2030년까지 5년간 3조5000억 원 이상의 펀드 조성을 구상하고 있다. 글로벌 펀드의 경우 수시 출자 사업도 신설한다. 하반기에는 싱가포르에 글로벌 모펀드를 신설해 내년까지 2억 달러 규모의 펀드를 운용할 계획이다.

이처럼 모태펀드가 초기 생태계 저변을 넓히고 국민성장펀드가 스케일업·대형 프로젝트를 출자를 병행하는 구조가 자리 잡으면서, 정책자금 시장은 단계별 역할 분담이 뚜렷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민성장펀드 내에서는 운용사 출자와 산업은행 직접 지분투자 트랙이 함께 가동되는 만큼, 코인베스트(공동 투자) 콘테스트 결과와 트랙(부문)별 심사 기준이 기업의 자금조달 경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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