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헬스케어 엔진을 가다]⑩ 동국생명과학⋯명실상부 ‘국내 1위’ 조영제 기업

“원료부터 완제까지 직접 만드는 구조가 품질과 공급 안정성의 경쟁력입니다. 의료 AI 확산과 고령화 등으로 영상진단이 늘어날수록 조영제 수요도 함께 커질 수밖에 없고 이 흐름을 발판 삼아 완제 수출을 확대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울 것입니다.”
권수진 동국생명과학 부사장은 최근 경기도 안성공장에서 본지와 만나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동국생명과학은 2017년 동국제약과 동국정밀화학의 조영제 관련 사업부가 통합·스핀오프 되며 출범한 기업이다. 이후 조영제를 핵심 사업으로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의 제품을 판매하며 국내 조영제 시장에서 입지를 키워왔다.
조영제는 의료 영상진단 과정에서 장기와 혈관, 조직을 선명하게 보여줘 판독을 돕는 의약품이다. 자기공명영상(MRI)과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주요 영상 검사에서 정확한 진단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인공지능(AI) 기반 의료영상 판독이 확산되면서 검사 속도와 정확도가 높아지고 이에 따라 영상진단 건수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는 조영제 사용량 확대 가능성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의료AI의 발달, 고령화와 건강검진 수요 증가,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한 영상진단 장비 보급 확대도 조영제 시장 성장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동국생명과학은 이러한 흐름에 맞춰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동국생명과학은 출범 이후 국내 조영제 시장 1위로 올라섰다. 시장 점유율은 2021년 16.8%에서 2022년 20.3%, 2023년 21.4%로 꾸준히 상승했다. 주요 제품으로는 엑스레이 조영제 ‘파미레이’와 MRI 조영제 ‘유니레이’가 있다. 두 제품은 퍼스트 제네릭으로 국내 주요 병원뿐 아니라 유럽연합(EU)과 일본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수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권 부사장은 “과거에는 대부분의 조영제를 동국제약에서 생산했다. 이후 안성공장이 생기면서 우리가 만든 원료로 직접 완제를 만들어 판매하게 됐고 그 과정에서 수익성과 시장 점유율이 함께 개선됐다. 현재도 1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의 전환점은 안성공장 구축이다. 공장 가동 이후 원료 합성부터 완제 생산까지 전 공정을 직접 수행하는 체계를 갖췄다. 완제의약품 공장은 2019년 독일 바이엘과 인수 계약을 체결한 뒤 2021년 우수의약품제조품질관리기준(GMP) 인증을 완료했고, 2022년 하반기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원료의약품 공장도 2021년 신규 설립돼 2023년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동국생명과학이 강조하는 핵심 경쟁력은 ‘생산 체계’다. 국내에서 원료 합성부터 완제 생산까지 전 공정을 자체적으로 수행하는 조영제 기업은 동국생명과학이 유일하다. 외국계 기업들은 대부분 완제품을 수입해 판매하고 국내 기업들도 원료를 해외에서 들여와 일부 공정만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동국생명과학은 원료부터 완제품까지 국내에서 직접 생산해 품질과 공급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권 부사장은 “조영제는 무균 주사제라는 특성상 품질 관리의 난도가 높다. 고농도 의약품이기 때문에 이물, 불용성 미립자, 미생물 관리가 특히 까다롭고 점도가 높아 충전과 포장 공정에서도 기술력이 요구된다”며 “처음부터 끝까지 전 공정을 직접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이 품질 안정성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구조는 수익성과 공급망 대응력에서도 강점으로 작용한다. 외부에서 원료나 완제품을 구매해 판매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자체 생산·판매 체계를 구축하면서 원가 구조를 효율화했다. 글로벌 물류 차질이나 원료 수급 불안, 환율 변동이 발생할 경우에도 자체 생산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영향이 제한적이다.
권 부사장은 “현재 연간 완제 생산량은 약 240만 바이알 규모다. 원료의약품은 자체 생산과 중국·인도·국내에서 조달을 병행하는 구조”라며 “원료부터 완제품까지 직접 만들기 때문에 수익성과 공급 안정성 모두에서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조영제 시장은 AI 기반 영상진단 확산과 고령화, 건강검진 체계 고도화,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한 영상진단 장비 보급 확대에 힘입어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만성질환과 복합 질환 증가로 MRI·CT 등 첨단 영상 검사의 수요도 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비즈니스 리서치 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조영제 시장 규모는 2022년 13조1560억 원에서 2031년 17조4174억 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른 해외 공략도 본격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일본과 유럽을 중심으로 원료 수출이 주력이었지만 앞으로는 동남아와 중앙아시아 등 신흥 시장을 중심으로 완제 수출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다. 회사는 2027년까지 완제 생산라인 증설을 완료해 현재 대비 약 3배 규모로 생산능력을 늘릴 방침이다.
권 부사장은 “조영제 시장은 완만하지만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며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영상진단 장비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진단 건수와 조영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앞으로는 완제 수출 비중을 더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변화하는 트렌드에도 대응하고 있다. 현재 MRI 조영제 개발 기업 인벤테라와 세계 최초 철분 기반의 조영제를 개발 및 공급할 예정이다. 기존 제품 대비 부작용이 적어 높은 수요가 예상된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권 부사장은 “최근 조영제 개발은 부작용을 줄이고 특정 장기나 병변에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일반적인 CT 조영제가 혈액을 통해 전신으로 퍼지는 방식이라면 간 특이적 조영제처럼 특정 장기에 집중하는 고부가가치 제품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영제 외에도 사후 멸균 제제 등 다양한 주사제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원료의약품 합성 분야에서도 조영제 외 제품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