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그룹장·대표 전면 배치…브로커리지 넘어 생산금융으로

증권사들이 종합투자계좌(IMA)와 발행어음 사업 확대를 앞두고 투자은행(IB) 인력을 경영 전면에 배치하고 있다. 조(兆) 단위 자금 조달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끌어온 자금을 어디에, 어떻게 투자하느냐가 성패를 가르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판단에서다. 단기 브로커리지나 트레이딩이 아닌 기업금융 중심의 체질 전환이 인사로 구체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김광옥 카카오뱅크 부대표를 IB그룹장으로 내정했다. 한투의 IB그룹장은 지난 2년간 공석이었다.
이번 IB그룹장 선임은 김남구 회장이 강조해 온 ‘한국형 골드만삭스’ 비전을 본격화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최근 IMA 사업자로 지정되며 자금 조달과 운용 규모가 동시에 커진 상황에서 전략과 실행을 총괄할 IB 컨트롤타워를 다시 세웠다는 의미다. 김 부대표는 카카오뱅크 입사 전 한국투자증권에서 약 26년간 근무한 ‘한투맨’으로, 기업공개(IPO) 전문 인력으로 꼽힌다.
미래에셋증권도 정통 IB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기존 IB1부문을 이끌던 강성범 대표를 사장으로 승진시키며 IB 드라이브를 걸었다. 강 사장이 맡았던 IB1부문 대표에는 IPO 성과를 인정받은 성주완 IPO본부장이 낙점됐다. 미래에셋증권은 IB사업부를 정통 IB를 담당하는 1부문과 부동산·대체투자를 맡는 2부문으로 나눠 운영 중인데, 이홍석 기업금융2본부장을 상무로 승진시키는 등 전통 IB 조직에 힘을 실었다. IMA가 기업 대출, 회사채, 메자닌, 대체투자 등 실물자산과 연결된 투자 구조인 만큼 안정적인 딜 소싱 능력을 갖춘 IB 인력이 핵심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키움증권은 이번 인사에서 IB·프로젝트파이낸싱(PF) 성과를 낸 인물들을 전진 배치했다. 김영국 구조화금융부문장과 박대성 프로젝트부문장을 부사장으로 동시에 승진시켰다. 리테일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IB와 대체투자 축을 키우겠다는 방향성이 분명해졌다는 평가다. 김영국 부사장은 키움 IB 조직의 기틀을 닦아온 인물로, 구조화금융과 PF를 자체 자금 운용과 연결된 핵심 사업으로 키우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NH투자증권은 김형진 상무를 IB사업부 대표로 선임했다. 김 상무는 윤병운 대표와 LG증권 시절부터 IB 부문에서 손발을 맞춰온 IB통이다. NH투자증권이 먼저 모험자본 3000억여 원을 혁신산업과 중소·중견기업에 투자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IB 경험을 두루 갖춘 김 상무를 낙점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윤 대표 산하에 IMA 사업준비 태스크포스(TFT)를 꾸리고 발행어음 운용본부를 신설하는 등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IMA TFT 사무국장을 맡은 박선학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전무로 승진했는데, 모험자본 공급과 생산금융 역할에 힘을 싣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대신증권은 지난달 인사에서 박성준 IB부문장을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며 초대형 IB 도전 의지를 드러냈다. 그동안 IB부문에 부사장이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인사로 평가된다. 3조 원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지정 이후 IPO를 중심으로 ECM 영역을 넓혀온 대신증권은 박 부사장 승진 이후 자본 확충을 통해 초대형 IB 요건(자기자본 4조 원)을 채우며 발행어음 사업자에 성큼 다가섰다.
KB증권은 IB부문 대표를 맡던 김성현 대표가 퇴임하고 강진두 경영기획그룹장 부사장이 신임 IB부문 대표로 선임됐다. 시장에서는 김 전 대표가 KB금융지주 내 기업투자금융(CIB) 부문으로 이동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김 전 대표는 ECM을 중심으로 KB증권 IB 경쟁력을 업계 최상위권으로 끌어올린 인물로, 지주 차원에서 모험자본 공급과 대체투자 전략을 총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증권사들의 IB 인력 재배치를 두고 IMA와 발행어음 확대를 전제로 한 사전 포석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제는 조달한 자금을 안정적이면서도 매력적인 투자처에 배분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IB의 딜 소싱과 리스크 관리 역량이 곧 운용 성과로 직결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