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증시에서 개인투자자의 존재감이 다시 커지고 있다. 과거 부자아빠가 부동산 투자에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 등 금융상품으로 관심을 넓히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집값 상승만 기다리기보다 자본시장을 통해 자산을 불리려는 인식 변화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연간 개인 주식 투자금 10년 새 11배 증가 =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개인투자자는 국내 증시 전체(지수펀드 포함)에서 17조5760억 원을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7조6380억 원, 기관은 약 18조1890억 원을 순매도했다. 증시의 매수 주체가 개인으로 이동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과거와 비교하면 변화의 폭은 더욱 분명하다. 10년 전인 2015년 개인의 연간 증시 순매수 규모는 1조6160억 원에 그쳤다. 올해 개인 순매수 규모는 당시의 약 11배에 달한다. 개인투자자의 시장 참여가 질적으로 달라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같은 흐름은 부자들의 자산 구성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주식투자는 더는 투기적 선택에 머물지 않는다. 자산 형성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규성 미래에셋증권 투자와연금센터 선임매니저는 “최근 15년간 금융투자 비중이 빠르게 늘어난 배경에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있다”며 “자산관리의 목적이 축적에서 현금흐름 확보로 이동하면서 유동성이 높은 금융자산에 대한 선호가 강화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ETF 등 투자수단이 다양해지고 해외투자 접근성이 개선된 점도 금융자산 비중 확대에 영향을 줬다”며 ”고령화가 구조적으로 진행되는 만큼 금융자산 비중 확대 흐름은 큰 방향에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 금융투자가 자산 증가의 핵심 축 = 자산가들은 금융자산 비중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집이 사실상 유일한 자산 축이던 과거와 비교하면, 자산을 바라보는 시각과 선택의 방향이 뚜렷하게 달라지고 있다.
KB경영연구소의 ‘2025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부자 연구를 시작한 첫해인 2011년에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을 보유한 ‘한국 부자’는 13만 명이었으나 15년이 지난 올해 47만6000명으로 3배 이상 늘어 연평균 9.7% 증가율을 보였다.
총인구 중 한국 부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0.27%에서 2016년 0.41%, 2020년 0.68%, 2022년 0.82%, 2025년 0.92%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총인구 증가율이 연평균 0.5%에 불과하다는 점에 비추어보면 매우 빠른 증가세다. 부자들의 수가 상대적·절대적 기준 모두에서 증가한 셈이다.
금융자산은 부자의 증가에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국 부자가 보유한 총 금융자산은 2011년 1158조 원에서 2025년 3066조 원으로 15년간 연평균 7.2% 늘었다. 같은 기간 자산 구성도 달라졌다. 부동산 비중은 2011년 58.1%에서 2025년 54.8%로 낮아진 반면, 금융자산 비중은 30%대 후반을 유지하며 자산 증식의 핵심축으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금·보석, 디지털자산 등 기타자산 비중까지 늘며 부자들의 포트폴리오는 점차 다변화되는 모습이다.
◇성장 산업 1·2등주 동시 보유 = 요즘 자산가들이 던지는 질문은 지금 뜨는 종목 대신 앞으로 몇 년 동안 계속 돈이 들어갈 산업이 어디인가를 먼저 본다. 단기 주가 흐름보다 산업의 방향성을 우선 판단하겠다는 뜻이다.
관심은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반도체 같은 디지털 인프라를 비롯해 피지컬 AI(휴머노이드), 전기차, 차세대 에너지 등으로 넓어지고 있다. 이들 분야는 공통으로 단기 실적보다 정책·기술·수요가 함께 움직이는 구조를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투자할 유망 산업이 정해졌다면 1·2등주를 함께 담는 전략도 고려할 만하다. 예를 들어 AI 반도체 산업에서는 엔비디아와 AMD를 동시에 담아 선두 기업의 독주와 후발 기업의 추격 가능성을 함께 가져가는 방식이다. 메모리 반도체 역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병행해 산업 성장에 대응할 수 있다. 코카콜라와 펩시를 함께 담는 식이다.
자산가들 사이에서는 한 종목에 베팅하기보다, 산업 전체의 성장을 나눠 갖는 전략이 장기적으로 더 안정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100억 원대 한 자산가는 “유망한 산업을 먼저 고른 뒤, 1위와 2위 기업을 함께 투자해 산업 성장의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