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인상, ‘AI·반도체·R&D 투자’에 직격…글로벌 경쟁 뒤처질 우려 [역주행 코리아]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정기선 HD현대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여승주 한화그룹 부회장, 오현주 국가안보실 3차장. 2025.11.16. (연합뉴스)

정부가 법인세율을 전 구간에서 1%포인트 인상하는 세제개편안을 추진하면서 경영계의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글로벌 주요국이 인공지능(AI)·반도체 패권 경쟁과 공급망 재편에 대응하기 위해 세제 감면·보조금 확대에 나서는 것과 달리 한국만 세율을 높이는 ‘역주행’ 조정에 들어갔다는 지적이다.

7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정부가 법인세 세율을 1%p(포인트) 인상할 시 향후 5년(2026~2030년)간 18조4820억 원의 세수 증가가 예상된다. 그러나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법인세가 1%포인트 상승할 경우 국내 성장률이 최대 1.13%p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하며 투자·고용·자본 흐름에 대한 부정적 파급을 경고했다.

그리스 사례에서도 유사한 경고등을 확인할 수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자료에 따르면 그리스는 2013년 법인세율을 20%에서 26%로 올렸으나 기업 이탈이 이어지면서 2014년 총세수가 오히려 4.2% 감소했다. 세율 인상이 즉각적인 세수 증가로 이어지지 않고 오히려 기업들의 부담만 가중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최근 삼성전자·SK하이닉스·네이버·카카오 등 주요 기업들은 생성형 AI 모델 경쟁, 초대규모 데이터센터 구축, 미국·유럽의 현지화 요구 대응 등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산업연구원은 AI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업의 연간 투자 수요를 2027년까지 약 52조 원 수준으로 추산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세 부담이 늘면 장기 전략이 보수적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 투자 시 가장 큰 애로요인 (그래픽=김소영)

실제로 기업들 사이에서도 세 부담이 국내 투자에 대한 애로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국내 투자 시 가장 큰 애로요인으로 ‘세금 및 각종 부담금 부담(21.7%)’가 꼽혔다. 기업들은 또 국내 투자환경 개선을 위해 ‘세제지원·보조금 확대(27.3%)’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경쟁 환경도 녹록지 않다. 미국은 ‘IRA’와 ‘CHIPS Act’를 통해 세액공제 및 대규모 보조금 제공으로 기업의 부담을 낮추고 있다. 영국은 연구개발비 세액공제를 대폭 확대하고 일본은 공급망·전략산업 보조금을 강화하며 기업 유치를 진행 중이다. OECD 다수 국가는 경기둔화 속에서 기업 투자 유인을 강화하는 ‘전략적 감세’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와 달리 한국의 법인세 인상은 해외직접투자를 부추기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국내 투자 환경이 악화하면서 대기업의 해외 설비 확대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며 “세율 차이는 장기적으로 기업의 투자 거점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경총 관계자는 “노동규제, 전력요금 상승,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까지 겹친 상황에서 법인세 인상은 기업에 중첩 부담을 주게 된다”며 “투자 여력을 떨어뜨릴 경우 국가경쟁력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오종현 선임연구위원은 세제개편안 관련 평가에서 “법인세율은 경쟁국과의 차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 “우리나라 법인세 부담이 다른 나라 대비 높다면 우리 기업의 경쟁력이 낮아질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세 부담이 낮은 국가로 자본을 이동시켜 결국 우리 성장률은 낮아지고 국내 세입 기반이 약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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