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 속 증여 확산…고가 지역 편법 이전 정밀 점검

고가 아파트 증여가 급증하자 국세청이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지역 아파트 증여 2077건에 대한 전수 검증에 나선다. 대출 규제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매매 대신 증여로 우회하는 흐름이 빨라지면서, 시가보다 낮은 신고나 채무를 이용한 편법 이전 가능성이 커졌다는 판단에서다.
국세청은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강남4구·마용성 등 고가 아파트 증여’ 전수 검증 착수 브리핑을 열었다.
오상훈 자산과세국장은 “고액의 현금 증여와 규제를 피하기 위해 집을 팔지 않고 물려주는 증여 거래가 급증하고 있는 추세”라며 “이 과정에서 탈세 등 탈루 행위가 발생할 소지가 있어,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4구 및 마용성 소재 아파트 증여에 대해 증여세 신고 적정 여부를 전수 검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근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는 ‘똘똘한 한 채’ 선호와 집값 반등 기대감이 겹치며 인기 지역에 매수·청약 수요가 몰리고 있다. 대출 규제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가운데 ‘강남 청약은 로또’라는 인식까지 더해지면서 청약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자산가들 사이에선 집을 팔지 않고 자녀에게 물려주는 증여 방식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올해 1~10월 서울의 집합건물 증여는 7708건으로, 2022년 10월 기록 이후 3년 만의 최대치다. 특히 미성년자 증여는 223건으로 역시 3년 만에 가장 많았다. 국세청 분석에 따르면 이들 미성년자 증여의 절반 이상이 강남4구·마용성 등 가격 상승 선도 지역에 집중돼 부모 세대의 자산 축적이 자녀 세대로 고스란히 이전되는 양극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국세청은 아파트 가격을 시가대로 적절히 신고했는지 검증하고, 부담부증여 등 채무를 이용한 편법 증여가 의심되는 건에 대해선 정밀 점검을 거쳐 탈루 혐의가 드러날 경우 철저히 세무조사할 방침이다.
이번 검증 대상 2077건 중 1699건은 신고가 이뤄졌고, 이 가운데 631건은 시가 대신 공동주택 공시가격으로 신고했다. 동일 단지 실거래가가 60억 원임에도 감정가액을 39억 원으로 낮춰 신고한 사례처럼, 주변 시세 대비 60%대 수준으로 평가한 저가 신고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은 시세와의 괴리가 큰 건에 대해 직접 감정평가를 진행해 과세할 계획이다.

채무를 활용한 편법 증여도 집중 검증 대상이다. 부담부증여로 아파트를 넘긴 뒤 자녀가 대출을 월급으로 직접 갚았다고 신고했지만, 실제 생활비·유학비·해외여행비 등 고액 지출의 상당 부분을 부모가 지원한 정황이 드러난 사례가 대표적이다. 국세청은 이런 방식은 본인 소득은 채무 상환 증빙에만 쓰이고 실질 지출은 부모가 부담한 형태라며 자금출처조사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증여세 부담을 피하기 위한 ‘세대생략 위장’도 점검이 강화된다. 아파트와 함께 증여세·취득세 납부용 현금을 자녀에게 주면서, 고세율 적용을 피하려고 현금만 조부가 증여한 것처럼 신고한 사례에서 국세청은 조부의 자금 능력이 없음을 확인해 실제 증여자를 부모로 판단했다. 국세청은 이에 따라 아파트와 현금을 합산해 증여세를 재계산하고 추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고가 주택 보유자의 자금 흐름을 정밀 분석해 강남·마용성 지역에 몰리는 변칙 증여를 차단하고, 증여세·취득세·보유세 등 부대비용 대납 여부까지 폭넓게 살필 계획이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내집마련의 꿈을 위해 땀흘려 일하는 서민들에게 상실감과 박탈감을 일으키는 세금없는 부의 대물림에 철저히 대응해 조세정의를 확립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