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부동산시장은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지역·입지·연식에 따른 격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가 질주하는 사이 빌라(연립·다세대)와 오피스텔은 제자리걸음을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분양시장도 서울과 수도권 핵심지로만 사람이 몰릴 전망이다.
1일 본지의 설문조사에서 부동산 시장 전문가 10명 중 7명은 내년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매우 심화'란 답변이 5명이었고 2명은 '일부 심화'로 예상했다. 나머지 3명은 '현 수준 유지'였다. 완화된다는 응답은 아무도 없었다.
수요와 자금 여력이 특정 지역으로 몰리고 그 안에서 단지별로, 또 단지 안에서도 온도가 극명하게 갈리는 경향이 가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KB부동산의 전국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 5분위 배율은 2020년 초 10배 수준이었는데 연신 최대치를 경신하며 올해 11월 기준으로 12.7배까지 확대됐다. 5분위 비율은 고가 아파트와 저가 아파트의 격차를 나타내는 지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규제 기조 변화나 금리 조정이 있어도 상위 단지로의 쏠림은 완화되기 어렵다"며 "2024~2025년의 양극화 흐름은 2026년에 더 뚜렷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주택유형별 매매가격 전망을 봐도 이런 견해가 고스란히 반영됐다. 아파트는 전문가 10명 모두 상승(1% 이상~5% 미만 8명, 5% 이상 2명)을 예상했으나 빌라는 3명(1% 이상~5% 미만 2명, 5% 이상 1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7명 중 6명은 보합, 1명은 5% 미만 하락으로 응답했다. 오피스텔은 보합과 1% 이상~5% 미만 상승이란 응답이 각각 절반으로 나뉘었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오피스텔은 아파트보다 대출 규제가 덜하고 토지거래허가 대상이 아니란 점에서 상승 가능성이 있지만 빌라는 제한적"이라며 "아파트와 동일하게 주택담보대출 총량 제한을 받고 전세 사기에 대한 공포도 아직 남았기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분양시장도 극과 극으로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 10명 중 5명은 내년 분양시장에서 서울·수도권 핵심지 중심으로 양호한 성적을 낼 것으로 봤고 나머지 5명은 서울·수도권 핵심지와 지방 선호지역의 성과가 좋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도권 전반이나 전국적 호황을 전망한 전문가는 없다.
수도권 수요자들의 공급 우려가 짙은 상황임에도 핵심지가 아니면 큰 관심을 받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올해 전체 1순위 청약자 62만856명 중 약 44%는 서울에 몰렸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수도권은 핵심 지역 분양가상한제 적용 단지를 중심으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겠지만 수도권 외곽과 지방은 미분양이 이어질 것"이라며 "핵심지 완판, 비핵심지 침체가 내년 분양시장의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내 집 마련의 적기는 내년 상반기란 응답이 5명으로 가장 많았다. 기타 의견으로 제시된 '빠를수록 좋다'는 응답을 포함하면 전문가의 60%가 내년 상반기 중에는 집을 사야 한다는 조언을 한 셈이다.
고준석 연세대 경영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통화량 증가 추이, 입주물량 감소 등을 고려할 때 자금 계획만 세워져 있다면 가능한 한 일찍 사는 게 유리하다"며 "가격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다가 매수 시점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신중론도 다수 제시됐다. 금리와 규제, 세제 등 핵심 변수가 유동적이란 게 주요 이유다. 시점보다 개인의 여력이나 가격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자금 조달이 가능하고 시세보다 비싸지 않은 매물이 있다면 언제든 주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거래가 막히면서 급매가 나올 수 있다"며 "타이밍보다 싼 매물 발굴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