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값 '빈부 격차' 또 사상 최대…고가-저가 차이 13배 육박

고가 아파트와 저가 아파트의 가격 차이가 역대 최대치를 또 다시 갈아치웠다. 단순한 양극화를 넘어 '비싼 집만 계속 오르는 단층구조'로 굳어가는 모습이다. 대출 규제와 공급 불확실성 속에서 자금과 수요가 상위 20% 아파트에만 몰리면서 사실상 고가 주택만 오르는 시장 규칙이 고착화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 5분위 배율은 지난달 12.5배에서 이달 12.7배로 커졌다.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를 다시 경신한 것이다.

전국 5분위 배율은 2020년 7~8배 안팎이었다가 2022년 초 10배 수준으로 올라왔고 그해 11월 10.7로 정점을 찍은 뒤 축소됐다. 지난해 4월 반등했고 9월 10.8배로 이전 최고치를 넘어선 이후 계속 확대되고 있다.

5분위 배율은 주택을 가격순으로 5등분해서 상위 20%(5분위) 평균 가격을 하위 20%(1분위)의 평균 가격으로 나눈 값이다. 배율이 높을수록 고가 주택과 저가주택의 가격 차가 크다는 의미다.

2년 전만 해도 비싼 아파트 1채를 팔면 저가 아파트 10채를 살 수 있었는데 이제는 12~13채를 살 수 있게 된 셈이다.

서울 역시 아파트값 격차가 빠르게 벌어지고 있다. 11월 서울 아파트 5분위 배율은 6.82배를 기록했다. 전월은 6.75배였다. 서울 아파트 5분위 배율은 2023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4.5배 정도였는데 지난해 상반기 5배를 넘어섰고 올해 4월 6배를 돌파했다.

똘똘한 한 채에 수요가 쏠리면서 고가 아파트 가격 오름폭이 더 크게 나타난 영향이다.

전국 5분위 아파트 평균 가격은 14억6222만 원으로 2년 전보다 19.7% 올랐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4.6% 높아졌다. 최근 2년 동안 2억4072만 원이 비싸졌는데 그중 1억8599만 원이 1년 새 오른 값이다.

최근 2년을 기준으로 4분위는 1.8%(992만 원), 3분위는 1.2%(441만 원) 상승했다. 2분위와 1분위는 각각 1%(247만 원), 2.8%(337만 원) 하락했다. 저가에 속하는 아파트는 오히려 가격이 떨어진 것이다.

서울 아파트를 보면 가격대별 등락률이 더 뚜렷하다. 서울 5분위 아파트 평균 가격은 33억9165만 원으로 1년 전보다 26.2%(7억391만 원) 올랐다. 이어 4분위 19.7%(2억7480만 원), 3분위 11.3%(1억1164만 원), 2분위 4.4%(3288만 원), 1분위 1.3%(662만 원) 순이다. 고가 아파트는 빠르게 달려가는데 저가 아파트는 제자리걸음을 한 것과 마찬가지다.

지역별로 봐도 고가 아파트가 많은 곳의 오름폭이 두드러진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서울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아파트는 11~18%가량 상승(11월 셋째 주 기준)했다. 서울 전체 상승률 7.49%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반대로 노도강(노원·도봉·강북)과 금관구(금천·관악·구로)는 최대 상승률이 3% 수준에 불과하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대출 규제로 다주택·갭투자가 막히면서 똘똘한 한 채로 더 집중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며 "이 과정에서 서울 강남과 한강 변은 재건축·재개발 기대가 맞물려 신고가 경신이 이어지고 1기 신도시 등 정비사업 유망지도 추가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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