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묘 앞 세운상가 재개발 논란…일본ㆍ영국 등 해외선 어떻게 하나

▲캐나다 토론토 세인트로렌스 지역 (토론토시)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 맞은편 세운4구역 재개발을 둘러싼 논란이 연일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해외에서는 역사적 유산과 개발을 어떻게 조화시키는지 관심이 쏠린다. 세계 각지의 도시들은 상충되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법적 제도와 이해관계자 간 협력체계 등을 발전시켜왔다.

1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해외 주요 도시들은 문화유산 보존과 도심 개발을 양립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가령 캐나다 토론토는 세인트 로렌스 지역 유산 보존지구(HCD)의 관리를 통해 도시개발과 유산 보존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노력 중이다.

눈에 띄는 부분은 '비기여 건물'에 대한 유연한 정책이다. 즉 역사적 가치가 떨어지는 건물의 철거를 허용하되, 그 자리에 들어설 새 건물이 유산 보존지구 계획을 준수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이다. 지난 9월 토론토 보존위원회가 승인한 '15 토론토 스트리트 프로젝트'가 대표적인데, 56층 규모의 신축 건물을 허가하면서도 역사적 맥락과의 조화를 위해 건축 설계부터 유산영향평가(HIA)까지 엄격히 검토하도록 했다.

▲도쿄 황궁 앞 토치타워 모 (미쓰비시 지쇼 주식회사)

일본 도쿄는 황궁 일대를 국가 지정 특별사적으로 지정했음에도 도시재생특별지구 제도를 통해 민간이 역사 건축물 복원, 녹지·보행공간 확충 등 공공기여를 약속하면 용적률과 높이 제한을 유연하게 조정해준다. 이를 통해 지난 4월 도쿄 황궁 앞 오테마치-마루노우치-유라쿠초 일대에는 노후 빌딩 36곳이 150~200m 높이의 빌딩으로 재개발됐다.

이탈리아 로마는 지난해 역사 도심 관리를 위해 '보존', '강화', '지속성', '소통' 등 네 가지 목표를 명시한 '2024-2030 관리계획'을 채택한 바 있다. 로마 캐피톨린 의회가 승인한 이 계획은 약 1500헥타르의 유산지역을 대상으로 한다.

로마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정책은 시대에 맞게 적극적으로 유산을 활용한다는 점이다. 기존의 역사 건축물을 박물관, 학교, 사무실 등 현대적 용도로 재사용하되, 건축의 역사적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는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다.

또한 로마는 여러 이해관계자를 아우르는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로마 캐피톨린 정부, 문화유산부, 라치오 지역, 로마 교황청 대사관이 서명한 협약 프로토콜을 통해 '로마 캐피탈레'를 세계유산 관리의 주요 행위자로 지정했다. 또한 기술-과학 위원회를 설치해 유산 보존과 도시 발전의 균형을 이루는 데 전문적 조언을 제공하도록 했다. 로마의 해당 관리계획은 개발 및 지역 보존, 전략적 계획 지역 등 관련 규정을 상세히 기술하고 있으며 관광 지속성과 주민 삶의 질 개선,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등도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

▲영국 런던의 세계문화유산인 '런던타워'에서 약 600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리든홀빌딩' 모습 (리든홀빌딩 공식홈페이지)

영국 런던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런던타워에서 400~500m 떨어진 지점에 180m 높이의 '세인트 메리 액스'(41층)와 225m 높이의 '리든홀 빌딩'(48층) 등 초고층 랜드마크 빌딩을 건설했다. 영국 문화유산청(HE)은 시각적 조망선을 보존하면서도 '변화 속 균형'이라는 기조 아래 개발사업자와 함께 영향평가를 실시했다.

다만 오스트리아 빈의 경우 호이마르크트(Heumarkt) 재개발 프로젝트가 역사경관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빈 시의회는 세계유산 보호 조항을 건축법에 명문화하고, 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 보호를 법적 최우선 원칙으로 삼기도 했다. 35m 이상 고층 건물의 경우 세계유산 영향평가(HIA)를 의무적으로 받게 했다.

최근 국내에서 이어지고 있는 세운4구역 재개발과 관련해서도 명확한 기준 아래에서 적절한 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일조권이나 건물 높이, 각도 등을 모두 따져봤을 때 큰 문제가 없다고 한다면 개발에 대해서 열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일률적인 개발은 지양하되 조감도대로 (문화유산과의) 연결성이 이어질 수 있게끔 개발 한다면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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