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개발 사업에 대한 ‘초기 진입장벽’ 완화를 위한 입법 작업이 본격화하면서 정비업계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금보다 사업 추진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다.
1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과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이 현재 법안 심사 단계를 거치고 있다.
개정 추진의 배경은 재건축과 재개발 간 조합 설립 동의율 기준의 형평성 논란을 해소하고 조합 설립 단계 병목을 완화하려는 데 있다. 재건축은 조합 설립 동의 요건이 토지등소유자 70% 수준인 반면, 재개발은 75% 동의를 요구하고 있어 문턱이 높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실제 정비 사업 현장에서는 조합 설립 동의율 ‘70% 이후’가 병목으로 작동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온다. 서울 영등포구 대림1구역의 김준용 재개발 조합추진위원장은 “주민들 성원으로 3개월 만에 (조합 설립 동의율) 72%를 확보했지만, 10·15 대책 후 추가 동의 확보가 급격히 어려워졌다. 단 5% 때문에 주민들이 손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구로구 가리봉1구역 또한 재개발 사업이 추진위원회 변경 승인 이후 동의율 72%까지 확보했지만 75%를 목전에 두고 조합 설립이 멈춘 상태다. 서울 동작구 신대방역세권 재개발 사업의 경우 2015년 정비구역 지정 후 2024년 9년 만에 조합설립 동의율 요건 75%를 충족해 조합설 설립 인가를 받으면서 가까스로 사업이 재개되기도 했다.
재개발 사업은 정비구역 지정 이후 추진위 승인·구성을 거쳐 조합 설립 인가를 받은 뒤 사업시행계획·관리처분계획 인가 등을 거쳐 진행된다. 그런데 서울 내에서 정비 구역으로 지정된 지 수 년이 지났음에도 조합 설립 인가를 받지 못한 구역이 적지 않은 것으로 집계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조합설립 이전 단계 재개발 구역은 총 86곳이다. 이 중 추진위 구성 후 5년이 지나도 조합 설립으로 못 넘어간 구역이 종로구 창신3, 동대문구 용두1-5, 중랑구 상봉13, 양천구 신정3-1, 영등포구 양평14구역 등 10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이런 장기 정체 사례 등을 근거로 국토교통부에 동의율 완화 필요성을 건의해 왔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조합설립 동의율은 70%를 넘기면 남은 5%는 부재자나 소유권·상속 정리가 안된 사례, 반대 고착층 등이 많아져 동의율을 채우는 데 비용과 시간이 더 크게 드는 경우가 많다”며 “재건축과 같은 70%로 기준을 맞추면 최소한 조합 설립 단계까지는 속도를 낼 수 있고, 이후 단계의 공공성·절차적 통제 장치로 갈등을 관리하는 게 현실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동의율 요건 완화가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재개발은 재건축과 달리 사업 반대자도 수용 절차를 통해 매각·이주가 강제될 수 있어 조합 설립 동의율을 낮출 경우 향후 보상·이주 국면에서 반발이 증폭될 수 있다는 것이다. 초기에 ‘수치’로 속도를 내기보다 충분한 동의를 확보해 분쟁 리스크를 줄이는 게 안정적이라는 논리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애당초 동의율 70% 구간에서 동의하지 않은 30%는 자금 여력 부족으로 분담금 부담, 이주비·추가대출 여력 등 문제 때문에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공사비·금융 여건 등 사업 추진에 대한 구조적 배경을 함께 바꾸는 게 아닌 이상 동의율을 무조건 낮추는 건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