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가 선박, 연초 수주 낭보…'테크 퍼스트' 전략 [조선업, 호황의 조건]

삼성중공업, 아프리카 대형 FLNG 프로젝트 수주 가시화
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 올 들어 2조 이상 수주
中 저가 공세 속 기술 경쟁력 강화…군함 시장 기회 요인으로

국내 조선업계가 고부가가치 선박과 해양플랜트를 앞세워 연초부터 수주 낭보를 이어가고 있다. 범용 선종 중심의 물량 경쟁에서 벗어나 기술 장벽이 높은 선종 위주로 수주 체질 개선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16일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FLNG) ‘코랄 노르트’의 진수식을 개최했다. 코랄 노르트는 삼성중공업이 2021년 인도한 아프리카 최초의 극심해 FLNG ‘코랄 술’에 이은 후속 프로젝트다. 삼성중공업은 발주처인 ENI와 작년 7월 예비작업계약을 체결하고 현재 공정을 진행 중이다.

미국 LNG 개발사 델핀 미드스트림은 최근 삼성중공업과 체결한 FLNG 수주의향서(LOA) 계약을 연장했다. 이르면 내달 최종투자결정(FID)이 확정되는 대로 설비 발주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같은 날 HD한국조선해양은 유럽 지역 선주와 초대형가스운반선(VLGC) 1척의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이달 초 수주한 1조5000억 원 규모의 LNG 운반선 4척을 포함하면 모두 고부가 선종으로 꼽힌다. 한화오션도 14일 중동 지역 선주로부터 5722억 원 규모의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3척을 수주했다.

업계에선 수주 물량보다 ‘내용’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 조선업체들이 범용 선종을 중심으로 저가 공세를 강화하고 있지만, 고난도 설계와 공정 관리가 요구되는 LNG선·해양플랜트 등 고부가 선종에서는 기술 격차가 여전히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2025년 신규 수주 시장에 우려가 많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은 인도량을 상회했고 등락이 과도한 것은 오히려 중국이었다”면서 “한국 조선업체들은 고부가가치 수주 영역을 확대하는 전략을 가져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회 요인도 분명하다. 글로벌 LNG 프로젝트가 다수 재개되며 LNG선·FLNG 등 관련 선박 발주도 확대될 전망이다. 미국의 대중 견제 조치에 따라 글로벌 선주들이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 한국 조선사를 파트너로 선택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친환경 선박 분야에서도 국내 조선업계의 기술 경쟁력은 쉽게 대체되기 어렵다는 평가다.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노후 함정 교체 수요가 늘면서 방산 분야 역시 중장기 성장 축으로 꼽힌다. HD현대중공업은 올해 함정 수주 목표를 약 30억 달러로 제시, 지난해 추정 실적 11억 달러 대비 3배 가까이 높였다. 지난해 HD현대미포와의 합병을 통해 유휴 도크를 활용하는 등 특수선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미국 필리조선소의 방산 라이선스 획득을 추진하고, 호주 오스탈 지분을 확보하는 등 미국 방산 시장 진입에 나서고 있다. 해외 조선소의 미국 군함 건조를 제한하는 법안이 유지되고 있는 만큼, 현지 조선소를 보유한 한화오션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중공업·HJ중공업은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시장을 현지 진출의 발판으로 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유지하면서 고부가 선박 위주의 선별 수주를 통해 수익성을 높이는 것이 호황의 핵심 조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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