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 목표에 산업계 “부담 폭탄”⋯배출권 가격·제조원가 동반 상승 ‘비상등’ [온실가스 감축]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그래픽=김소영)

정부가 2035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최대 61% 감축하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확정하면서 산업계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경제계는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대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제인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14개 단체는 10일 ‘2035 NDC’에 대한 산업계 공동입장문을 통해 “미국의 관세정책 등 세계 경제 환경의 변화에 대한 대응이 시급한 가운데 아직 산업 부문의 감축 기술이 충분히 상용화되지 못한 상황에서 2035년 감축목표를 53~61%까지 상향했다”면서 이처럼 밝혔다.

특히 탄소 배출 비중이 높은 철강업계는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2018년 대비 24.3%로 감축 목표를 완화하긴 했지만, 이는 여전히 2030년 목표(11.4%)의 두 배 수준”이라며 “절대 낮은 수준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전기로 전환이나 고로 수소 취입 기술 등도 감축 효과가 10~20%에 그쳐 정부 목표와 괴리가 크다. 정 연구위원은 “뾰족한 감축 수단이 없다”며 “철스크랩, 바이오 납사 등을 활용한 전기로 확대가 거론되지만 한국은 순환 자원 활용 여건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철스크랩을 수입하는 국가는 한국과 튀르키예뿐”이라며 “원룟값 상승과 함께 전기로 전환 시 전력요금 급등도 부담”이라고 덧붙였다. 철강은 산업 중 전력요금 비중이 가장 높은 업종이다. 정부가 부담을 일부 경감해도 산업계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계의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상당수 중소기업은 자사 탄소 배출량조차 측정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감축 로드맵이 없어 대응이 쉽지 않다. 고수진 중소기업중앙회 제조혁신실장은 “산업계 부담을 완화하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중소기업은 무엇을 어떻게 줄여야 하는지조차 준비가 안 돼 있다”며 “산업계가 제시했던 48% 감축안조차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배출권 가격 상승 우려도 커지고 있다. SK증권은 보고서에서 “4차 계획기간(2026~2030년)에는 유상할당 비율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며 “이는 기업의 탄소 저감 투자를 유도하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제조업 원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경기 반등에 따른 산업부문 배출량 증가, 수송·폐기물 부문의 감축 한계, 국제감축 기준 불확실성 등도 NDC 달성의 변수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NDC 달성을 위해 업종별 특성을 반영한 세부 감축 경로 제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는 “정부의 NDC는 총량 수치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핵심은 구체적인 감축 경로와 달성 전략의 현실성”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목표를 제시했다면 이를 달성 가능한 수준에서 어떻게 이행할지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며 “목표가 높아도 정합성이 없으면 의미가 없고 낮아도 실현 가능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경제단체들은 “도전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정부는 기업들이 예측 가능한 환경 속에서 과감한 전환 투자를 이어갈 수 있도록 규제보다는 인센티브 중심의 제도적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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