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이 적과의 동침을 선택했다. 웨이브와 합병이 속도를 내지 못하자 해외로 영토를 확장하며 생존 활로를 모색하는 모습이다.
10일 OTT 업계에 따르면 티빙은 5일부터 일본 OTT 디즈니플러스(+) 서비스 내에 티빙 콘텐츠만 모아놓은 전용관 ‘티빙컬렉션’을 출시했다. 티빙 오리지널 히트작을 비롯해 모회사 CJ ENM의 대표 흥행작들이 순차적으로 공개된다. 특히 티빙은 글로벌 진출에 맞춰 오리지널 시리즈 '친애하는 X'를 한국과 일본 등 총 19개국에서 동시 공개하기로 했다. 디즈니플러스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특정 OTT의 전용관을 개설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티빙은 이밖에도 글로벌 OTT들과 제휴하며 브랜드관 개설을 통해 해외에 진출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앞서 티빙은 글로벌 OTT인 HBO Max와도 제휴를 맺었다. 티빙은 제휴를 통해 내년 초부터 HBO Max에 티빙 브랜드관을 출범할 계획이다.
이에 티빙과 글로벌 OTT의 협력은 단순한 콘텐츠 제휴를 넘어서 플랫폼 자체를 해외로 확장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K-콘텐츠를 해외로 수출하기 위해서는 넷플릭스 등 공룡 OTT에 의존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었는데 이제는 국내 OTT인 티빙을 통해서도 해외로 선보일 수 있게 된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티빙이 글로벌 OTT 의존도와 일본 진출의 부담을 한 번에 낮춘 전략적인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웨이브와 합병이 답보상태에 봉착하며 국내 OTT 시장 확장에 한계를 느낀 티빙이 해외에서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CJ ENM 경영지원실장은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티빙과 웨이브 합병 시기에 대한 질문에 “아직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 “현재 합병에 준하는 만큼의 운영 시너지는 내고 있으나, 아직 이해관계자들과 충분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답하며 티빙-웨이브 합병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티빙과 웨이브 합병을 위해 각 플랫폼 최대주주인 CJ ENM과 SK스퀘어는 2023년 12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어 양사는 올해 6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건부 승인까지 받았으나 지분율 협상 등 주요 주주 간 이해관계 조율로 인해 합병이 지연되고 있다. 이러한 지연에 티빙의 실적 악화도 지속되고 있다. 티빙의 올해 3분기 매출 988억 원, 영업손실 162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8.7% 감소했으며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지난해 동기(71억 원)보다 91억 원 더 불어났다.
합병이 되더라도 국내 OTT 시장에서는 적자를 만회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 OTT 시장이 이미 성장 한계에 부딪혔다는 분석에서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24 방송매체 이용 행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OTT 이용률은 79.2%로, 국민 10명 중 8명이 OTT를 이용하는 수준이다. 2022년 72.0%, 2023년 77.0%에서 꾸준히 상승, 사실상 포화 상태로 해석된다. 반면 일본은 OTT 이용 인구가 꾸준히 늘며 시장 성장세가 가파르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는 일본 OTT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을 4.83%로 내다보며 2029년에는 125억2000만달러(약 18조 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