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전력량 가격 직접 입찰해 경쟁하는 '가격 입찰제'로 전환해야"

KDI FOCUS '재생에너지 확대에 대응한 전력 도매시장 구조 개선 방향'

▲한국개발연구원(KDI) 전경. (연합뉴스)

전력 도매시장의 가격 체계가 수요와 공급을 유연하게 반영해 시설 투자와 시장 운영을 위한 기준으로 원활히 작동하도록 개선해야 한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특히 발전사들이 전력 도매시장에서 전력량 가격을 직접 입찰해 경쟁하는 가격 입찰제로 전환하고, 전력시장에 대한 규제기관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윤여창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4일 이런 내용을 담은 KDI FOCUS '재생에너지 확대에 대응한 전력 도매시장 구조 개선 방향'을 발표했다.

지난 20여 년간 전력시장 환경은 크게 바뀌었다. 시장참여자는 2001년 10개사에서 2023년 6333개사로 많이 늘어났다. 전력 수요도 257.7TWh에서 546.0TWh로 2배 넘게 증가했다. 특히 태양광과 풍력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비중이 0.04%에서 8.5%로 크게 확대되면서 전력시스템 전반의 변동성이 높아지고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030년 18.8%, 2038년 29.2%로 더욱 빠르게 확대될 전망이다.

윤 연구위원은 "재생에너지 비중이 작을 때 작동 가능했던 현재의 전력 도매시장 구조가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전력 수요를 충족할 수 있을지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윤 연구위원은 특히 전력 도매 시장에서 경직된 가격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재생에너지는 전력 도매시장에 참여하지 않고 우선 구매되는 구조"라며 "이로 인해 재생에너지가 순간적으로 과잉 공급되어 출력제어가 불가피한 상황에서도 어느 발전기의 출력을 우선 제한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또한 경직적인 고정 투자비도 문제로 지적된다. 그는 "시장 운영을 통해 기술 변화와 전력시장 상황을 반영하는 해외와 달리, 국내 용량 가격은 건설비 등 고정 투자비를 평가하는 방식에 따라 경직적으로 결정된다"며 "이로 인해 기술 발전과 환경 규제 강화, 금융비용 변동 등 실질 투자비 변화가 가격에 반영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 전력 도매시장에서 용량 가격은 경직적으로 결정되고 있어 전력 도매가격의 변화를 반영하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윤 연구위원은 수요와 반대로 움직이는 가격 결정 구조도 문제점으로 짚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전력 도매시장에서는 전력 수급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주파수가 적정 범위를 벗어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보조서비스 수요가 증대되고 있다. 특히 보조서비스 중에서 주파수를 즉각적으로 제어해 주는 1차 예비력의 공급량은 매년 빠르게 증가하며 2021년과 2024년 사이 33.3% 증가했다.

그는 "보조서비스 수요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가격에 반영되지 못하고, 전력시장에 필요한 보조서비스 유연성 자원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 유인이 저해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윤 연구위원은 전력량, 용량 및 보조서비스 가격이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결정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선 전력 도매시장을 변동비 평가 방식에서 발전사들이 전력량 가격을 직접 입찰해 경쟁하는 가격 입찰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한 용량 가격을 시장 기반으로 결정해 필요한 설비용량을 미리 확보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를 기반으로 설비 투자자에게 안정적 수익 흐름을 제시하면서도 경쟁을 통해 소비자 부담을 억제하고 필요한 설비용량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 연구위원은 규제기관의 독립성·전문성을 강화하고 전력 도매시장과 소매요금 체계의 합리화 등 제도적 보완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독립 규제기관을 통해 소매 전기요금뿐만 아니라 도매시장의 용량 및 보조서비스 보상 체계를 비롯한 가격 산정 규칙과 시장지배력 감시 등 전력시장 전반에 대한 일관적 규제가 가능해진다"며 "전력 도매시장이 세분화되고 시장원리가 강화될수록, 규제기관에는 정교한 시장 분석 능력과 심사 역량, 법률 전문성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고 밝혔다.

소매 전기요금의 구조적 병목을 해소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재생에너지 비중 변화로 인해 전력 도매시장의 기능별 가격이 변동하면 한국전력공사와 발전사업자 간 총 정산금의 규모 역시 달라질 수 있다"며 "전력 도매시장에서 나타나는 가격 변동이 소매요금으로 원활히 전달되도록 개선해 수요 반응에 따른 투자 유인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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