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편성권 없는 저고위 태생적 한계…정책실패에도 ‘전문가 풀’ 철밥통

저출산 대응의 핵심은 결정구조 개편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현행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 체제에서는 정책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저고위의 가장 큰 제약은 상설조직과 예산안 편성권 부재다. 저고위 상근직원은 30명 안팎으로 중앙행정기관의 1개 과 수준이다. 이마저도 대부분 다른 부처에서 파견된 인력이다. 주기적으로 직원이 바뀌어 업무의 연속성이 떨어진다. 여기에 예산안 편성권도 없다. 기재부가 동의하지 않으면 어떤 정책도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에 넣을 수 없다. 기재부 출신인 주형환 부위원장 취임 후 이런 문제는 일부 해소됐으나, 직전 김영미 부위원장 시절에는 저고위가 의욕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려고 해도 '기재부에 손발이 묶였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저출산 분야 자문·민간위원은 전문성과 무관하게 오랫동안 정부위원회에서 활동했거나, 특정 단체·진영의 이해관계·신념체계를 대변하는 이들이 꿰찼다. 그동안 자문·민간위원들은 저고위의 태생적 한계를 보완하기보다는 본인들이 희망하는 정책·사업을 끼워 넣는 데 치중했다. 무엇보다 20년간 정책실패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저고위의 전문가 풀(pool)은 변하지 않았다.
관련 전문가들은 저출산 대응정책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상당수는 이런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다고 보고 있다.
이를 해소하고자 윤석열 정부는 인구전략기획부 신설을 추진했다. 이재명 정부도 인구부 신설을 재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대통령 선거 공약에서는 인구부 신설을 제시하지 않았으나, 정부 안팎에서 여성가족부와 보건복지부 인구정책실을 합친 부총리급 인구부 신설론이 나온다. 다만, ‘정부조직법’ 개정과 예산안 편성, 직제 개편 등 후속절차를 고려할 때 단기적으로 인구정책 결정구조가 바뀌긴 쉽지 않다. 당분간은 저고위를 중심으로 저출산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
현실적으로는 현행 저고위 체제와 인구부 신설의 중간 단계로 저고위 조직·인력을 개편할 필요성이 있다. 독립적으로 저출산 대응정책·예산 수립·편성이 가능하도록 저고위의 조직·권한을 확대하고, 임기가 만료된 자문·민간위원 등 전문가 풀을 교체하는 방식이다.
전문가 풀 교체 필요성에 관해서는 정부 내에서도 공감대가 확산하고 있다. 한 중앙행정기관 고위공무원은 “전문가들에게 기대하는 건 그들의 전문성과 통찰인데, 많은 전문가가 위원회에 들어오면 자기 할 말만 한다”며 “무엇보다 고인 물처럼 전문가 풀이 협소하다. 저고위뿐 아니라 정부위원회를 이런 식으로 운영해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